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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1주일 나해]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03 조회수244 추천수3 반대(0) 신고

[대림 제1주일 나해] 마르 13,33-37

 

 “깨어 있어라.”

 

 

올 가을은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정말 오랫동안 간절히 바랐던 소망이 이루어졌던 아주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응원해온 야구팀인 엘지 트윈스가 무려 29년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입니다. 그동안 다른 팀 팬들로부터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엘지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식의 조롱과 무시를 당하며 마음이 참 아프고 힘들었는데, 그 인고의 세월을 지나 드디어 제가 좋아하는 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지요. 최종 우승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가 하나씩 줄어갈수록 두손을 모으고 얼마나 간절하게 선수들을 응원했는지 모릅니다. 겨우 29년 밖에 안되는 기다림이 이렇게나 간절한데, 4천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메시아가 오시기를 기다리고 바라온 유대인들의 기다림은 얼마나 더 간절했을지, 대림시기가 시작된 오늘 생각해보게 됩니다. 특정 스포츠 팬이나, 유대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각자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가 오기를 열망하며 기다립니다. 그런데 기왕 기다릴거라면 세속적인 성공이나 물질적인 복처럼 잠시 머무르다 사라져버릴 부질 없는 것보다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참된 행복을 주시는 분을, 전능하시고 영원하시며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는 ‘주님’을, 그분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기를 기다리고 바라야 할 겁니다.

 

오늘 제1독서를 보면 이사야 예언자가 그런 식으로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돌처럼 굳어져 하느님을 경외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잘못된 길을 걷는 슬프고 안타까운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주님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시어’ 이 세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 뜻을 거슬러 여러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들을 그저 침묵 중에 멀리서 지켜만 보실게 아니라, 당신께서 직접 꾸짖으시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심으로써 하느님이 얼마나 자비롭고 성실한 분이신지를 드러내 보이시라는 겁니다. 부족하고 약한 우리는 하느님의 보살핌과 사랑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흙의 먼지’에 불과할 뿐이니, 당신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드시고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신 우리 인간들을 외면하지 마시고 구원해 주시라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지요. 그의 그런 간절한 외침에 하느님께서 응답하십니다.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와 사랑의 친교를 맺으시고, 그분을 통해 은총과 사랑을 충만히 베푸시어 우리 삶을 어느모로나 풍요롭게 채워 주시며, 우리가 그분의 말씀과 가르침을 통해 구원을 위한 준비를 잘 갖춤으로써 세상 종말의 날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흠 잡을 데 없는 모습으로 변화되도록 이끌어 주시는 겁니다. 그런 하느님의 사랑을 생각한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는 그분의 뜻을 잘 받아들이고 따라야겠지요.

 

그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점은 ‘깨어있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한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시키십니다. 자신들이 ‘주님’으로 믿고 따르던 분이 무력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구원받기 위한 믿음을 끝까지 간직하려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하시는 겁니다. 그저 억지로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깨어있는게 아닙니다. 생각과 의식이 주님을 향해 열려있어야 합니다. 주님의 뜻에 비추어 삶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회개’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과 참된 기쁨을 주시리라는 희망으로 그분의 뜻을 평소에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통과 시련을 그저 피하고 싶은 재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주님께서 그것들을 통해 나에게 주시려는 좋은 뜻을 알아보며 받아들일 수 있는 내적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대비할 때 그 시간에 ‘알람’을 맞춰 놓습니다. 그 일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알람을 맞추는 경우는 잘 없지요. 그 일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딴 짓’을 하기 위해 알람을 맞추는 겁니다. 컵라면에 끓는 물을 부어놓고 시계만 쳐다보고 있을거면 굳이 알람을 맞추지 않습니다. 그 짧은 시간 마저도 뭔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알람을 맞추지요. 나갈 준비를 하기 전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사람은 굳이 알람을 맞추지 않습니다.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맘 편히 자기 위해 알람을 맞추지요.

 

하지만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분이 오시는 그 날과 그 시간을 알아내어 알람을 맞춰두려는 자세로 기다려선 안됩니다. 주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내 뜻대로, 되는대로, 욕망에 따라 아무렇게나 막 살다가 그분이 오실 시간이 임박하면 그제야 반짝 깨어있는 척 하는건 세상 사람들이 보기엔 현명한 처세술처럼 보일지 모르나, 주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들에게는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구원이라는 결과는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삶이라는 과정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뜻에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그분의 말씀과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 자체에서 기쁨과 보람을 찾지 못한다면, 그분과 함께 머무르게 될 영원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주님과 함께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갈 영원의 시간을 잘 준비해야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는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우리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함’입니다. 즉 세상 종말의 순간이 언제 갑작스럽게 닥쳐오더라도 항상 영적으로 깨어있는 모습, 구원받기에 합당한 모습으로 잘 준비하여 주님을 맞이하기 위함인 겁니다. 그것은 ‘요행’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내내 ‘딴 짓’을 하고 있다가 운좋게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주님과 그분의 뜻을 위해 해야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그러면 덜 욕심부리고 덜 집착하게 됩니다. 덜 걱정하고 덜 두려워하게 됩니다. 주님 말씀을 더 귀기울여 잘 듣고, 그분 뜻을 내 안에 더 깊이 받아들이며, 더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신앙생활은 예상하지 못한 때에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나에게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는 일입니다. 영국의 화가 ‘윌리엄 헌트’(William H.Hunt)가 그린 <세상의 빛>이라는 작품을 보면 주님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가 잘 드러납니다. 온 세상이 깊은 잠에 빠진 한밤 중에, 주님께서 밝은 등불을 들고 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문 바깥 쪽에는 손잡이가 달려있지 않기에, 주님은 우리를 ‘억지로’ 구원하시는 분이 아니기에, 주님이 내 안에 들어오시어 나와 함께 사시기를 바란다면 내가 주님을 깨어 기다리다가 그분께 먼저 문을 열어드리고 내 마음 안에 모셔들여야 하지요. 그러면 주님께서 구원의 빛으로 나를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 주십니다.

 

오늘부터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대림”은 ‘도착’을 뜻하는 라틴어 “Adventus”를 번역한 말입니다. 곧 대림은 주님의 ‘도착’을,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기다리는 시기인 겁니다. 우리는 주님의 탄생과 함께 ‘이미’ 왔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은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며, 언젠가 그분께서 다시 오시는 날 불완전한 이 세상이 비로소 하느님의 뜻과 섭리 안에서 완전하게 변화될 그 날을 기다립니다. 기다림은 ‘믿음’입니다. 그 때가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주님께서 반드시 다시 오시리라고 믿기에 기다립니다. 기다림은 ‘희망’입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 날이 나에게 구원과 참된 행복을 누릴 기회가 되리라고 희망하기에 기다립니다. 기다림은 ‘사랑’입니다. 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기약 없는 기다림이 힘들어도 끝까지 기다립니다. 기다림은 ‘기쁨’입니다. 왜 안기다렸느냐고 혼날까봐 무서워서 기다리는게 아니라, 주님을  그리워하고 또 보고 싶어서 그분께서 오실 날을 손 꼽아 기다립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런 우리의 기다림을 충만한 기쁨과 행복으로 채워주십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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