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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2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12 조회수217 추천수5 반대(0) 신고

[대림 제2주간 화요일] 마태 18,12-14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

 

 

오늘 복음에는 두 부류의 ‘양’이 등장합니다. ‘길 잃은 양’과 ‘잃은 양’이 그것이지요. 둘은 서로 무엇이 다를까요? ‘주어’가 다릅니다. 먼저 ‘길 잃은 양’에서는 양이 주어 즉 행동하는 주체입니다. 양이 길을 걷다가 자기 의지로 목자가 아닌 딴 데 한 눈을 판 것이고, 그로 인해 목자 곁에서 떨어져 길을 잃은 겁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 자리를 잃은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양 자신에게 있습니다. 반면 ‘잃은 양’에서 양은 목적어이고 그 양을 돌보는 목자가 주어, 즉 행동하는 주체입니다. 여기서 목자는 자기가 돌보는 양이 길을 잃었다고 해서 양을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양을 더 세심하게 돌보지 못한 자기 부주의를, 그 양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한 자기 부족함을 책망하지요. 그리고 그 소중한 양을 되찾기 위해 즉시 길을 나섭니다.

 

그런데 이 차이를 목자가 돌보는 다른 아흔 아홉 마리 양, 즉 양들의 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 의미가 또 다릅니다. 예전에, 우리 사회에 서로를 보살피는 따스한 정과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이 있었을 때에는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문제아’들을 ‘잃은 양’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건 그들에게 삶의 참된 의미에 대해, 우리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공동체원 모두의 책임이라고 여긴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와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여기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에는 ‘문제아’들을 ‘길 잃은 양’으로 바라봅니다. 그들이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건 엉뚱한 데에 한눈을 판 그들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인생은 어차피 ‘개인 플레이’이고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 주거나 책임져 줄 수 있는게 아니라는 태도로 그가 길을 잃은 책임에서 자기는 쏙 빠지려고 드는 냉정한 ‘개인’들만 가득한 것이지요.

 

이런 공동체에서는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 능력이 출중한 사람, 자기 이익을 칼 같이 챙기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목소리 큰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반면 어린이나 노인, 병자와 장애인, 가난한 이 같은 취약 계층은 공동체에서 소외되고 도태되어 자연스레 주변으로 밀려나게 되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는 건 주님께서 바라시는 바가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상대적으로 조건이나 상황이 나은 우리가 이 세상의 ‘작고 약한 이’들을 당신 자신처럼 대하기를,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하기를, 그래서 모두 함께 주님의 충만한 사랑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그렇기에 목자이신 주님의 역할만큼, 산 속에 남겨진 아흔 아홉마리 양의 역할이, 하느님 품 안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교회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떤 양이 길을 잃은 것이 누구의 탓인지를 가려내어 비난하고 단죄하는건 주님께서 바라시는 일도 아니고, 우리가 신경써야 할 부분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마태18,14)라는 주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합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그 양의 곤란하고 난처한 상황을 헤아려야 합니다. 그가 겪고 있는 고통과 두려움에 깊이 공감해야 합니다. 또한 그 양을 찾아 나서시는 주님을 나도 기꺼이 따라 나서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채 힘겹게 살아가는 작고 약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먼저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작은 이의 모습으로 오시는 주님을 내 안에 맞아들일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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