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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2주간 수요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13 조회수235 추천수3 반대(0) 신고

[대림 제2주간 수요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 마태 11,28-30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당신께 오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당신께서 안식을 주겠다고 하십니다.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사는 목적과 의미를 모르고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얻는 데에 아무런 소용이 없는 부질 없는 것들을 ‘보물’인 양 착각하고 낑낑대며 지고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마음 속에 욕망이라는 바벨탑을 점점 더 높이 쌓아가며 이웃에게 상처를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신앙인이라면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계명의 구름기둥, 실천의 불기둥을 보며 나아가야 하는데, 재물이라는 불기둥, 권력이라는 불기둥, 명예라는 불기둥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이들이 있습니다. 강렬한 빛만 보고 불 속에 뛰어든 나방이 화염에 휩싸여 사라지듯,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즐거움만 보고 세상의 불기둥에 날아든 이들은 끝없이 타오르는 욕망과 집착의 화염에 휩싸여 재만 남고 말지요.

 

그러니 내 마음을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하게 채워주는 진정한 안식을 누리고 싶다면, 세상의 불기둥에 뛰어들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 팔 벌리고 기다리시는 주님의 품 속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분 품 안에서 안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안식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기대하고 바라는 것과는 다릅니다. 세상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주님은 해야 할 일을 좋아할 수 있어야 행복해진다고 하십니다. 세상은 내가 겪는 삶의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행복해진다고 말하는데, 주님은 그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하진 않으십니다. 대신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를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시고 따뜻하게 안아주시며 우리가 걷는 이 길을 함께 걸어가주겠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에는 삶이라는 여정을 멈출 수 없음을 잘 아시기에, 구원의 여정은 누가 대신 걸어줄 수 있는게 아니라 각자가 제 발로 걸어가야 함을 아시기에, ‘자기 종교만 믿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능력도 대책도 없이 헛된 약속을 남발하는 사이비 교주들과는 달리, 우리가 든든한 ‘동반자’의 존재에서 힘을 얻도록 기꺼이 이 길을 함께 걸어주시겠다고 나서시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푹 쉬기만 해야 안식을 누리는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안식이 아니라 ‘휴식’일 뿐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드는 소극적이고 나태한 마음으로는 진정한 안식을 누릴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주님 품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는 방법은 온유하고 겸손한 그분 마음을 닮아가는 겁니다. 일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아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온유함을, 주님께서 내 삶을 주관하시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시기를 바라며 기꺼이 따라가는 겸손함을 마음에 품는 겁니다. 고통과 시련을 마주할 때 ‘왜 나에게만 이런 힘든 일을 겪게 하시는가?’라고 억울해하고 분노하며 주님을 원망하는건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마음의 짐을 더 무겁게 만들 뿐입니다. 반면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나의 십자가’를 기꺼이 끌어안고 간다면 그 십자가가 내 생각처럼 무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했던 그 십자가가 때로는 나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떠받치는 부목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고통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라, 고통 때문에 불행한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불행합니다. 고통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믿음 없이 고통 당할 때 불행합니다. 고통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라 그것을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그저 고통으로만 당하기에 불행합니다. 그렇기에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고통이 없으면 행복한 게 아니라 고통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면 행복합니다. 고통이 없으면 행복한 게 아니라 사랑 때문에 그 고통을 기꺼이 감당할 때 행복합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참된 안식은 하느님 없이, 신앙 없이 잠시 안정된 상태로 있는게 아니라 그분께 대한 믿음과 사랑 안에서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누리는 일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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