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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2주간 목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학자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14 조회수226 추천수4 반대(0) 신고

[대림 제2주간 목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학자 기념] 마태 11,11-15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요즘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는 ~전과 후로 나누어 진다.” 특정한 사건이 일어난 후로 사람들이 어떤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가치관, 그 일과 관련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나 문화가 크게 바뀌었을 때,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그런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게 만든 계기가 된 사건의 전과 후로 나누는 겁니다. 가장 유명한 예를 들면 역사 표기에서 많이 쓰이는 B.C / A. D 같은 용어가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문화권 안에서 인류의 역사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구세주의 탄생’ 전과 후로 나누는 겁니다. 그만큼 주님이, 그분께서 이 세상에 오심이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음을 드러내는 표현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을 그런 식으로 설명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은 여자의 몸에서 난 사람, 즉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큰 인물이지만, 하느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고 하십니다. 곧 세례자 요한은 이 세상에 사는 사람과 저 세상, 즉 하느님 나라에 사는 사람의 ‘경계’에 서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라는 존재는 세례자 요한을 기준으로 그 ‘위’에 있는 이와 그 ‘아래’에 있는 이로 나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은 위와 아래 중 어느 쪽을 지향하며 살아야 할까요? 당연히 ‘위’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 아등바등 해봐야 죽고 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지요? 그보다는 가장 낮은 사람이 되더라도 하늘에 속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다시 말해 구원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살아야 할 우리에게는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겠는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세례자 요한을 넘어선 ‘하늘의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하늘나라를 폭행하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 즉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나라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진리를 외치다가 감옥에 수감되었고 결국 참수형을 당했습니다. 그가 선포한 하느님의 진리가 폭행을 당한 셈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고 모함을 당하셨고, 유다인들의 손에 떠밀려 높은 언덕에서 떨어질 뻔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의 뜻과 복음이 폭행을 당한 셈입니다.

 

바로 이런 모습이 ‘하느님 나라가 폭행을 당하는’ 모습입니다.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님을 이용하고, 제 뜻을 이루기 위해 주님 뜻을 거스르는 모든 행위가 그분께 폭력을 휘두르는 ‘독성’죄에 해당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그런 모습이 없을까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느님께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 것도, 내 소원을 들어주셔야만 나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겠다고 주님과 거래를 하려고 드는 것도, 내 마음의 가장 윗자리를 하느님께 내어드리지 않고 다른 것들로 채우려 드는 것도 모두 하느님께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먼저 하느님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그분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뜻이 무엇인지 그분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합니다. 그분 뜻과 바람을 이루기 위한 일들을 다른 일보다 먼저 실천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이용하여 제 목적을 억지로라도 이루려고 드는 폭력적인 이들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께 순명하며 사는 이들에게 ‘선물’처럼 다가오는 참된 기쁨과 행복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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