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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9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19 조회수176 추천수4 반대(0) 신고

[12월 19일] 루카 1,5-25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이규경 시인이 쓴 ‘용기’라는 시가 있습니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야 해’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

 

자신의 부족함과 약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대단한 용기입니다. 그런 부족함과 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나를 통하여 당신의 뜻을 반드시 이루시리라고 믿는 것은 더욱 대단한 믿음이자 신뢰입니다. 그리고 용기에서 믿음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자기 삶에 대한 숙고와 성찰,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순명과 의탁이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즈카르야는 그 과정을 소홀히했기에 용기에서 믿음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하느님의 뜻을 의심하며 자기가 먼저 절망하고 포기해버렸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했다면, 부족하고 약한 자신을 통해서도, 힘들고 괴로운 자기 삶 속에서도 조금씩 차근차근, 그리고 어김없이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뜻을 날마다 확인하며 기쁨 속에 지냈을텐데, 순명이 필요한 그 결정적 순간 하느님의 뜻을 붙들지 않고 세상의 기준에 얽매였기에, 그 의심과 불순명의 대한 벌로 ‘벙어리’가 됩니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가 되면 이루어질” 그분의 뜻을 믿지 못했기에, 하느님은 그에게 당신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당신 말씀이 열매를 맺을 때까지 ‘침묵’하라고 명령하신 겁니다. 그가 앞으로 열 달 동안 겪어야 할 침묵은 하느님의 ‘전능하심’에 자신을 의탁하지 못하고 인간의 ‘무능함’에 집착한 벌로 수행하게 될 영적인 ‘보속’입니다. 그 보속의 시간을 통해 즈카르야는 부족했던 자기 삶을 돌아보며 하느님의 뜻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믿지 못한 그가 ‘인간의 말’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즈카르야는 자기가 원하는대로 ‘인간의 말’을 내뱉을 수 있었던 것이 온전히 하느님의 은총 덕분이었음을 생각하면서, 자신이 그분 손 안에 있음을, 자신이 하느님의 섭리 속을 걷고 있음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즉 그가 열 달 동안 ‘벙어리’로 지낸 일은 그런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는 ‘표징’인 것이지요.

 

우리에게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세상의 거짓과 불의를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는 용기가, 주님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그 반대의 양상으로만 용기를 내는 것 같습니다. 주님의 뜻은 자꾸만 의심하며 거부하는 용기를, 세상의 기준에는 어떻게든 맞추고 따라보려는 용기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러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참된 ‘믿음’이 필요한 겁니다.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넘어 그분의 ‘사랑’과 ‘자비’에 대한 믿음, 그분의 ‘섭리’에 대한 믿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지닌 유능하고 탁월한 부분보다 우리가 감추고 싶어하는 부족하고 약한 부분에 임하시는 분입니다. 그래야 당신의 권능이 더 크게 드러날 것이고, 우리가 당신 사랑을 더 분명하게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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