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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하느님 은총인 요한의 탄생 / 12월 23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23 조회수110 추천수0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느님 은총인 요한의 탄생 / 1223[성탄 2일전](루카 1,57-66)

 

즈카르야의 말문은 여전히 막힌 상태다. 사실 하느님 일을 어떻게 인간의 말로 설명할 수가? 말은 오해만을 불러일으킬 뿐, 침묵의 언어만이 하느님 일을 대변할 수 있을 게다. 그러니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이루는 표징으로 삼으시려고 즈카르야를 침묵 속에 가두셨고, 그는 침묵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그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살다보면 때로는 말문이 막힐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생길 때가 있단다. 어쩌면 이는 잠시 침묵하라는 뜻도 있으리라. 온 동네방네 자신의 정당함과 억울함을 떠들고 다니면서 주위로부터 위로를 찾지 말라는 거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일수록 침묵 속에서 하느님 뜻을 헤아리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그분 안에서 조용히 해석해야만 하리라. 이런 침묵을 하다보면 의당 그분께서 뜻하는 결실이 있다나.

 

사실 세례자 요한이 탄생할 무렵,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 치하였다. 가난한 이들과 억압받는 이들은 더 없이 궁핍한 삶을 살아야 했고, 부자들과 권력자들은 여전히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다. 빈부의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져,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은 불의한 현실에서 구원과 해방을 안길 메시아를 줄곧 기다렸다. 드디어 때가 되자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대로 구세주 메시아의 길을 닦을 일꾼을 먼저 보냈다.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나이 든 엘리사벳을 통해서.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늙은 여인이 아이를 출산한 것이다. 그녀가 아들을 낳자 말문이 열린 즈카르야는 그의 이름을 요한이란다. 하느님의 은총, 하느님의 호의라는 뜻이라나.

 

세례자 요한을 생각하면 광야에서 단식하며 엄격한 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심판을 선고한, 어딘지 모르게 무서운 모습만이 떠오른다. 그 요한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그분보다 먼저 온 이로 맡겨진 사명을 수행했다. 그 첫 사명은 자기 백성을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베푸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를 세례자 요한이라고도 한다. 그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말씀이 아닌, 단지 소리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 요한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즈카르야에게 요한의 출생을 알려 준 천사는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라고 전한다. 이렇게 그는 깊이 헤아릴 줄 아는 믿음의 눈을 가진 이들께는 하느님의 은혜였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이가 그를 통해 주님께 돌아왔다.

 

인간이 생각하는 세계는 하느님 것과는 다르다. 인간의 세계는 철저하게 힘 있는 자 중심이다. 가진 이는 더욱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한다. 권력이나 재물이 있어야만 더 많이 가질 수 있기에 경쟁과 질시, 불화와 다툼이 심하다. 그러니 이 세계에서는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받아들인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한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세계는 딴판이다.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신앙의 세계이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엘리사벳과 같은 아기를 잉태할 능력 없는 여인을 택해 생명을 만드신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느님이시다.

 

주님의 길을 벗어난 이들을 엄히 꾸짖어 눈물로 뉘우치게 하는 세례자 요한과 같은 분들을, 우리는 세상을 파멸에서 건져 내기 위한 주님의 선물이라는 점으로 꼭 받아들이면 참 좋겠다. 사실 하느님의 은총으로 먼저 온 이 요한의 탄생은 선물 중의 아주 큰 선물일 게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성탄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최대의 선물이다. 따라서 예수님 성탄을 바로 목전에 둔 우리는 이 보물과 같은 선물을 담을 나의 그릇은 물론, 나의 마음이 어느 정도 준비되었는지를 분명 살펴보아야만 하리라. 하느님의 무한하신 능력인 신앙의 신비를 늘 생각하면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요한,은총,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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