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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27 조회수104 추천수6 반대(0) 신고

231227.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보고 믿었다.”(요한 20,8) 

우리는 성탄 8부 안에서, 요한 사도의 축일을 맞았습니다. 그는 최후의 만찬 때 그리스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어 식사를 하였고, 성모님과 함께 십자가 아래에 있었고,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고 그분의 아들이 된 제자였습니다. 또한 그는 구약성경의 ‘새로운 벤야민’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곧 야곱의 열두 아들 가운데 벤야민은 주님의 “사랑은 받는 이”(신명 33,12)였듯이, 열두 제자 가운데 요한도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요한 13,23;19,26;21,7;21,20)라 칭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은 베드로보다 빨리 무덤이 도착하였지만, 먼저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베드로보다 더 젊은 요한이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동시에 ‘더 많이 사랑하는 이가 더 먼저 도착한다.’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또 ‘더 많이 사랑하는 이가 더 깊이 깨닫는다.’는 것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무덤 안으로 들어가 보기만 하지만, 요한은 들어가 “보고 믿었다.”(요한 20,8)라고 표현되고 있습니다.
 
사실, ‘빈 무덤’과 ‘구유’는 예수님께서 몸을 눕혔던 같은 한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시작’과 ‘마침’, 곧 오실 때와 가실 때에 머무른 땅의 자리입니다. 그분은 ‘구유’로 우리의 출생을 성화시키시고, ‘빈 무덤’으로 우리의 죽음을 성화시키셨습니다.
 
그래서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의 탄생이 당신 어머니의 동정성이라는 봉인을 뜯지 않으셨듯이,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실 때도 무덤의 봉인을 부서뜨리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무덤을 막은 돌을 통과해서 지나가신 것과 같습니다. <마태오복음>에 따르면, 주간 첫날 아침 여인들이 무덤에 갔을 때, 예수님의 무덤은 봉인된 상태였습니다. 그 때문에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 돌을 옆으로 굴리고서는”(마태 28,2)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또한, 아기의 몸을 감싸고 있던 ‘포대기’가 구세주 탄생의 표시가 되듯이, 예수님의 시신을 감싸고 있던 ‘아마포 수의’와 머리를 쌌던 ‘수건’은 부활의 표시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아마포’는 놓여있었고, ‘수건’은 잘 개켜져 있었습니다. 이 두 개의 수동태는 하느님의 개입을 가리킵니다. 또한, 이렇게 잘 단정된 ‘수의’와 ‘수건’은 제자들이 밤중에 시체를 훔쳐갔다고 말한 경비병들의 거짓 증언에 대한 반대 물증이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구세주의 ‘강생의 표시’와 ‘부활의 표시’를 동시에 봅니다.
 
이제 우리도 베드로와 요한처럼, ‘무덤’으로 ‘들어가서’ 보아야 할 일입니다. 또한 주님이 계신 ‘마구간’으로 ‘들어가서’ 보아야 할 일입니다. 자세를 낮추어 더러운 곳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 ‘들어가’야 합니다. 무덤의 돌문을 열 듯 우리 마음의 빗장을 열고서, 울고 있고 지친 이들이 있는 곳, 춥고 베고픈 이들이 있는 곳, ‘세상 속의 마구간’과 자신의 ‘마음 속 마구간’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요한 사도의 축일을 기념하면서, 생명을 가져다 준 ‘구유’의 아기 예수님과 ‘빈 무덤’의 부활하신 예수님을 동시에 만납니다. 이토록, 우리는 더없는 사랑으로 우리 안에서 생명이 되신 분을 기립니다.

주님!
베드로와 요한이 무덤으로 달려가듯, 목동들이 구유로 달려가듯,
고귀한 경쟁에서 질세라 빨리 달리게 하소서!
무덤을 들여다보지만 말고, 안으로 들어가게 하소서!
비어져 나오게 하소서. 비어진 눈으로 보게 하시고, 본 바를 믿게 하소서.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무덤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요한 20,8)
 
주님!
제 안에 드소서.
아버지께서 제 안에 마련해 두신 텅 빈 자리에 드소서.
제 안에 숨겨진 당신의 생명을 드러내소서.
오늘, 죽음의 무덤을 비우시고 

당신 사랑이 드러나는 생명을 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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