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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27 조회수79 추천수4 반대(0) 신고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요한 20,2-8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오늘은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의 삶과 영성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제자라고 알려진 요한 사도는 자신이 사랑받은 만큼 또한 자신이 주님을 사랑하는 만큼, 주님의 뜻 안에 깊이 머무르고자 노력하셨습니다. 늘 주님 가까이에 있었고,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던 순간에도 성모님과 함께 그분의 곁을 지켰으며, 무덤에서 주님의 시신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무덤으로 뛰어가셨지요. 또한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그분이 주님이심을 알아보고 다른 제자들에게 귀띔해주기도 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런 여러 상황 중에 요한 사도가 주님의 무덤을 찾아가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요한 사도가 무덤에 먼저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덤을 먼저 확인할 기회를 베드로에게 양보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주님으로부터 더 많이 사랑받은 제자이니, 자신이 주님과 그만큼 더 ‘각별한 사이’였으니 자기가 먼저 들어가서 보겠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 본인이 먼저 무덤에 도착하기도 했으니 뒤에 오는 베드로를 굳이 기다릴 필요 없이 그대로 무덤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았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그러나 요한은 예수님께서 교회의 ‘반석’으로 삼으신 베드로 사도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주님 뜻에 합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형제간의 우애는 부모에 대한 사랑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자기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부모님을 사랑하는만큼 그 부모님이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형제를, 부모님이 나만큼 사랑한 그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주님께서 돌아가시고 안계시는 상황이라고 해도 요한은 베드로를 미워하거나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인간적인 약함과 부족함 때문에 욱하는 성격을 지녔다고 해도, 그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님을 세번이나 배신했다고 해도, 사랑이신 주님은 그런 베드로를 용서하시고 변함없이 사랑하실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런 주님을 사랑하는 자신 또한 베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존중하고 사랑하려고 한 것이지요.

 

그 사랑의 힘 덕분에 요한은 ‘자기 생각’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관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무덤에 남겨두신 ‘흔적’들을 통해 그분께서 부활하셨음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포’는 무덤 안에 그대로 놓여있었다고 합니다. 주님의 얼굴을 덮었던 ‘수건’은 한 곳에 따로 고이 개켜져 있었다고 합니다. 요한은 이 두가지 상황에서 주님의 마음을 알아보았을 겁니다. 제자들이 ‘누군가 주님의 시신을 무덤에서 훔쳐갔다’는 오해로 괴로워하지 않도록, 부활하신 주님은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담아 아마포와 수건을 당신 부활의 표징으로 무덤에 고이 남겨두신 것이지요.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에 계시는 주님을 알아보고 맞이하려면 요한처럼 ‘사랑의 눈’으로 이웃 형제 자매들을 바라봐야 함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오늘입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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