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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07 조회수231 추천수3 반대(0) 신고

240107. 주님 공현 대축일.

 

“그분의 별”(마태 2,2)

 
찬미 성탄! 오늘은 ‘제2의 성탄절’이라고도 불리는 “주님의 공현 대축일” 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목동들에게만 알려져 있고 감추어져 있었던 메시아의 탄생이 비로소 오늘 동방박사들을 통해 전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방교회에서는 오늘을 “거룩한 빛의 축제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말합니다.
 
“이것을 보는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이사 60,3-5)
 
오늘, 우리는 이 벅찬 기쁨으로 임을 만나러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임을 찾는 여행은 ‘세 번의 길 떠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 떠남>은 집을 떠나 예루살렘에 이르는 여행이요, <두 번째 떠남>은 예루살렘을 떠나 베들레헴 마구간에 이르는 여행이요, <세 번째 떠남>은 마구간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여행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을 떠나기 전에, 이미 먼저 빛이 비추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별이 나타나 그들을 비추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별”(마태 2,2)을 본 이들이 그분을 애타게 갈망하여 집을 떠나, 그분을 경배하러 길을 떠납니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첫 번째 길>을 떠나온 이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분명, 우리를 비추고 계시는 그분을 향한 갈망과 목마름으로 길을 떠나왔습니다. 그분을 경배하러 말입니다. 예물도 정성껏 준비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여기 수도원(성당)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여러분들은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제 눈에 이곳은 아기 예수님이 계시는 누추한 마구간이라기보다는 예수님이 계실법하게 여겨지는 화려한 예루살렘 쯤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집과 가족은 떠나왔지만, 여전히 온갖 편리와 안주를 포기하고 있지 않다면 말입니다. 오로지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아야 하지만, 여전히 빛을 놓칠 때도 있고, 길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방황할 때도 있으니 말입니다. 어둠이 찾아들면 길을 분별하지 못할 때도 있고, 더러는 좌절하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러다가 이 사람 저사람, 혹은 이곳저곳 자신을 기댈 곳을 찾아 기웃거리기도 하니 말입니다. 마치 동방박사들이 화려한 예루살렘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그 누구에게서도 그 “진정한 빛”을 만나지는 못합니다. 마치 동방박사들이 별의 안내를 받아서 이스라엘까지 와서 왕궁을 기웃거려보았지만, 메시아를 찾을 수는 없었듯이 말입니다. 우리도 이 수도원에서 그렇게 기웃거리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분명 우리는 아기 예수님이 계실법한 수도원이라는 이 예루살렘의 왕궁에 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종교적으로 잘 꾸며진 왕궁인 수도원이 아니라, 이 수도원 어딘가에 있는 마구간으로 찾아 내려가야 합니다. 참 빛은 그곳 낮은 곳을 비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낮은 곳, 형제들의 약함, 형제들의 가난을 비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곳을 찾아나가는 데는 “꼭 필요한 한 가지”(루가 10,41)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빛이신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동방박사들은 “말씀”을 찾아 만나고서야 왕궁을 떠나,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말씀 안에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마태 2,3) 이미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정, “말씀이 우리 발의 등불, 우리 길의 빛”(시 119,105)인 까닭입니다. 베네딕도께서도 <수도규칙> 머리말에서 말합니다.
 
“복음 성경의 인도를 따라 주님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우리를 당신 나라로 부르시는 그분을 뵈옵도록 하자.”(<수도규칙> 머리말 21)
 
지금 우리는 이렇게 “말씀의 빛”을 따라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분명 우리는 <두 번째> 길을 떠나온 사람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하늘만 쳐다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빛이 비추는 땅 낮은 곳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작은 고을 베들레헴을 향하여 떠나야 합니다. 더 ‘더 낮아지고 더 작아지는 길’을 따라 누추한 마구간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 빛이 비추인 낮은 곳, 마구간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땅에 내려놓고 경배 드려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경배 드리는 일, 그것은 아기 예수님처럼 자신을 땅에 내려놓는 일입니다. 그토록 낮아져야만, 비로소 성탄입니다. 낮아져야만 비로소 아기 예수님이 우리 안에 탄생하십니다. 이렇게 낮아지고서야, 당신을 우리 안에 모시고 마침내 우리는 <세 번째> 길을 떠납니다.
 
우리 안에 탄생한 빛이신 말씀, 아기 예수님과 함께 말입니다. 진정 그렇다면, 그 빛이 우리 안에서 주님의 공현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빛이 되어 세상을 비출 것입니다. 자신이 밝히는 것이 아니라, 빛이신 주님께서 밝히실 것입니다. 이곳 우리들의 베들레헴의 마구간, 낮은 곳에서 밝히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 번째> 길을 떠났는지요?
 
바로 이 <세 번째> 길 떠남이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에 우리가 떠나야 할 진정한 길입니다. 우리 안에서 주님의 빛을 발하며 떠나는 길입니다. 참으로 벅찬 길입니다. 빛으로 가득한 기쁨이 벅차오르는 길입니다. 진정, 오늘 참 빛이 온 누리를 비추고, 우리는 그 빛 속을 걸으며 찬양노래를 부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그분의 별”(마태 2,2)
 
주님!
당신은 먼저 저를 찾아와 비추셨습니다.
제 마음에 열망을 불러일으키셨습니다. 사랑을 심으셨습니다.
그 사랑 안에 살게 하소서. 그 사랑으로 살게 하소서.
빛이 되어 당신 사랑을 드러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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