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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10 조회수217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1주간 수요일] 마르 1,29-39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오늘 복음은 본격적으로 복음선포를 시작하시면서부터 예수님이 하루 하루 어떤 삶을 사셨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년여 동안 이어진 그분의 ‘공생활’은 크게 두 가지 항목, 즉 ‘기도’와 ‘활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활동에는 말씀의 선포, 병자 치유 및 구마 등이 포함됩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삶에서 기도와 활동이 완전히 서로 갈라져 따로 놀거나,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다른 한쪽에 소홀해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활동을 하시다가도 따로 시간을 내서 기도하시고 그 기도 안에서 영적으로 자신을 충전하며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를 확인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확인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다시 활동을 이어가셨습니다. 이런 과정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철저하게 맞물려 돌아갔기에 예수님은 당신을 찾아오는 수많은 이들을 맞이하느라 제대로 식사할 시간도, 충분히 쉬거나 잠 잘 시간도 없는 가혹한 상황 속에서도 삶이 무너지거나 방향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잘 잡으실 수 있었던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주의를 기울여 봐야 할 장면은 총 세 부분입니다. 첫째 장면에서 예수님은 열병으로 몸져 누워있는 시몬의 장모를 치유해 주십니다. 그런데 치유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조금 생소합니다. 그녀에게 손을 얹으시어 병에서 낫게 하신다음 일으켜 세우시는게 아니라, 다짜고짜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셨더니 병이 나은 겁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는 주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구원하시는지 그 방식을 보여주시는 모습입니다. 먼저 치유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믿음이 생기는게 아니라, 먼저 주님을 믿고 그분 뜻에 따라 움직이다보면 치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서 고통과 시련을 다 없애주신 다음에야 구원하시는게 아니라, 우리를 고통과 시련 한가운데에서 일으켜 세우시어 우리와 함께 하시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주님의 구원방식이 시몬의 장모를 치유하시는 대목에서 드러나는 것이지요.

 

둘째 장면은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신 예수님께서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외딴 곳으로 나가 기도하시는 장면입니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계시는지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그분의 ‘일’을 하시면서도, 일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아버지의 ‘뜻’을 찾으셨습니다. 피곤하고 어려워도 하느님께 기도하는 시간, 진솔한 대화를 통해 그분의 말씀과 뜻을 듣고 확인하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빼먹지 않고 챙기셨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가 그분의 공생활 전체를 지탱하는 힘과 기반이 되었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하겠다는 식으로 자꾸만 기도를 나중으로 미루는 우리와 참으로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기도하는 시간은 내가 딴 일을 하고 있으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게 아니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선적으로 챙기며 ‘마련’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기도가 나의 삶 전체를 지탱하고 이끌어 갑니다.

 

셋째 장면은 예수님께서 다음 장소로 훌쩍 떠나시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의 활동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확인했다면, 자비롭고 사랑 넘치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보살피시고 구원하신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들었다면, 그분의 능력에 기대어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들 게 아니라, 그분의 뜻을 따르려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실행해야 합니다. 내 욕망에 사로잡혀 그분의 바짓단을 붙들고 늘어질 게 아니라, 그분께서 하고자 하시는, 그분께서 하셔야만 하는 그 일을 하실 수 있게 놓아드리고 도와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그분께 은혜를 입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제자의 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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