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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주간 수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17 조회수128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제2주간 수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 마르 3,1-6 "손을 뻗어라."

 

 

 

 

<나자렛인들의 복음서>라는 외경을 보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한 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기술을 배운 ‘장인’으로서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을 팔아 가족들을 부양하는 가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손이 오그라들어서 더 이상 그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한 가족의 밥줄이 끊긴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를 앞에 두고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병자를 고쳐주어도 되느냐’며 치유의 합법성 문제나 따지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고통과 불행을 겪는 이웃의 딱한 처지에 공감해주진 못할 망정, 율법을 들먹이며 그를 예수님과 함께 엮어 단죄할 생각이나 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생떼 같은 아이들을 사고로 떠나보내고 그 진실을 밝혀달라고 단식하는 부모들 앞에서 피자와 치킨을 시켜먹으며 조롱하던 정신 나간 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예수님께서 왜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바라보셨는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근본정신 위에 세워진 율법으로 오히려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그들의 완고함에 안타깝고 화가 나셨을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님의 뜻인 사랑과 자비를 잘 실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고, '예수님이 안식일에 일을 하나 안하나’만, ‘그분이 안식일 규정을 어기나 안 어기나’만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그들의 편협함에 가슴이 답답하셨을 겁니다. 무릇 참다운 안식이란 하느님 품 안에서 그분 뜻을 따르며 진정한 편안함을 누리는 것인데, 그저 안식일에 철저히 일을 안하는 것만 자랑으로 삼는 그들의 어리석음에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으셨을 겁니다.

 

그런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예수님이 그들에게 물으십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들은 그 물음에 답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안식일에 일을 안하고 놀 생각만 했지, 안식일의 참된 의미를 살리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안식일 규정이라는 올가미로 다른 이를 옭아매고 단죄할 줄만 알았지, 그 규정을 통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좋은 일을 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일곱째날을 쉬시면서 그 날을 축복하신 것은 우리가 일주일에 하루 만이라도 하느님을 생각하고 그분 뜻 안에 머무르면서 어떻게 해야 그분 뜻에 따라 바르고 거룩하게 살 수 있을지 생각하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안식일 하루 만이라도 시기와 질투, 모함과 거짓, 차별과 배척 같은 나쁜 일을 하지 않기를, 하느님과 함께 머무르며 그분께서 바라시는 좋은 일을 하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고통받는 이웃을 발견한다면 그가 겪는 아픔에 마음으로 공감하고, 그 아픔을 치유할 방법을 함께 고민하며 실행해야 마땅합니다. 그 중요한 일은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안식일 규정’을 들먹이며 남을 심판하고 단죄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다가는 남을 심판한 그 잣대로 자기 자신이 심판받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손이 오그라든 그 사람에게, 마음이 잔뜩 오그라든 바리사이들에게, 그리고 이웃의 아픔을 그저 구경하듯 바라보는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손을 뻗어라.” 욕심과 집착으로 움켜쥔 손을,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쪼그라든 마음을 주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쫙 펴라는 뜻입니다. 그래야 나도 살고 너도 삽니다.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을 함께 누리며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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