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19 조회수602 추천수10 반대(0)

영상을 통해서 가슴이 찡한 추도의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문익환 목사님이 민주화를 위해서 헌신하다 숨진 젊은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던 모습이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해서 오열하던 모습이 있습니다. 세월호의 슬픈 영결식에서 바람에 날리던 노란리본을 보았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하느님의 품으로 떠나셨을 때입니다. 추운 겨울임에도 조문행렬이 명동 주변을 가득 매웠습니다. 그분께서 보여주신 삶의 발차취가 컸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습니다. 이 생에서의 마지막 이별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안타까운 죽음이 있습니다. 피지 못한 꽃이 바람에 떨어지듯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죽음이 그렇습니다. 이제 막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삶을 살려고 했는데 세상을 떠난 죽음이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의 전사 통지서를 받아야 하는 부모와 아내의 슬픔이 그렇습니다. 벌써 4년 전입니다. 저는 코로나 팬데믹의 한 가운데서 어머니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장례미사에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동창 신부가 제 대신에 문상을 받았고, 장지까지 함께 했습니다. 장례미사를 마치시고 교구장님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우리가 어머니 장례미사 잘 했으니 너무 힘들어 하지 마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작년 10월 저는 아버지와 함께 모셔진 어머니에게 갔습니다. 부모님이 있는 추모관에서 연도를 바쳤습니다.

 

오늘 다윗은 사랑하는 친구 요나탄과 사울 왕의 죽음을 애도하며 비탄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스라엘아, 네 영광이 살해되어 언덕 위에 누워 있구나.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졌는가? 사울과 요나탄은 살아 있을 때에도 서로 사랑하며 다정하더니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았구나. 그들은 독수리보다 날래고 사자보다 힘이 세었지. 이스라엘의 딸들아, 사울을 생각하며 울어라. 그는 너희에게 장식 달린 진홍색 옷을 입혀 주고 너희 예복에 금붙이를 달아 주었다. 어쩌다 용사들이 싸움터 한복판에서 쓰러졌는가? 요나탄이, 네 산 위에서 살해되다니! 나의 형 요나탄, 형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프오. 형은 나에게 그토록 소중하였고 나에 대한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 아름다웠소.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지고 무기들이 사라졌는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다윗의 애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볼 수는 없습니다. 다윗의 시대에는 아직 부활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활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입니다.

 

위령미사의 감사송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죄 많은 인류를 가엾이 여기시어,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시고, 십자가의 고통을 받으시어, 저희를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셨으며,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어, 저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나이다. 그러므로 하늘의 모든 천사와 함께, 저희도 땅에서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며 끝없이 노래하나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유족들에게는 깊은 위로가 되고, 죽은 이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기도입니다. 그래서 천상병 시인은 귀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신앙인에게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에로 옮겨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올 영원한 생명으로 위로를 받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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