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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주간 토요일] 마르 4,35-41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1-27 조회수200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3주간 토요일] 마르 4,35-41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제자들과 예수님이 ‘한 배’를 탔습니다. 갈릴래아 호수 이 쪽에서 저 쪽으로 ‘건너가기’ 위함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신앙생활이란 지금 사는 ‘이 세상’에서 죽음 이후의 ‘저 세상’, 곧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는’ 과정이지요. 그리고 주님을 믿는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곧 나는 이제 주님과 ‘한 배’를 탔으니 그 과정에서 무엇을 맞닥뜨리든 기꺼이 함께 하겠다는 전적인 동의와 의탁을 전제로 합니다. 예수님과 한 배를 탔던 제자들도 처음엔 그런 각오를 단단히 다졌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을 거쳐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는 여정이란 잔잔하고 평안하지만은 않지요. 나를 집어삼킬듯 휘몰아치는 거센 풍랑과 장대처럼 쏟아지는 폭풍우를 만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 거친 풍랑 앞에 예수님의 제자들은 마음이 극도로 불안해졌습니다. 평생을 갈릴래아 호수에서 살아온 어부의 직감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거센 돌풍이 계속 휘몰아친다면 배는 안으로 들이친 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호수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제자들이 유일하게 ‘믿는 구석’인 예수님은 배 한 켠에서 편안히 주무시고 계십니다. 풍랑으로 극심하게 흔들리는 배 안에서 주무신다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를 전적으로 신뢰하시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를 전적으로 신뢰하시며 그분 손에 당신을 온전히 의탁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시고자, 일부러 그들 앞에서 주무신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잠들어 있는건 예수님이 아니라 제자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현존에 깨어있지 못하고, 자신들로 하여금 풍랑을 겪게 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깨어있지 못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늘 자신들과 함께 계시며 지켜주시는 주님께 대한 믿음에 깨어있지 못했던 겁니다. 주님을 따르는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몽롱한 상태로 세상 걱정에 취해있는 그들을 흔들어 깨우시려고 하느님께서 일부러 그들의 마음에 돌풍을 일으키셨는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을 흔들어 깨워놓고도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풍랑 때문에 물에 빠져 죽게 되었다고 ‘걱정’만 하고, 거센 풍랑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자기들을 내버려둔 채 주무시는 예수님을 ‘원망’만 할 뿐, 자기들이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그분 뜻을 묻지도, 자기들을 구해주십사고 주님께 자신을 의탁하지도 않은 겁니다. 즉 그들은 주님을 앞에 두고 ‘걱정’과 ‘신세한탄’만 할 뿐, 정작 그분께 ‘기도’는 하지 않은 것이지요. 이는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가 자주 범하는 잘못이기도 합니다. 주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고통과 시련이 닥치면 그분을 찾지 않습니다. 자신으로 하여금 그런 일을 겪게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분 뜻을 묻지 않습니다. 거센 풍랑 속에서 어떻게 해야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킬 수 있을지, 위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자기 뜻을 이룰 수 있을지만 생각하며 세상 안에서 그럴 방도를 찾습니다. 그러다 모든 것이 어긋나고 잘못되어 버린 다음에야 ‘나를 사랑하신다면서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느냐’고 주님을 원망할 뿐이지요.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우리 모습을 안타까워 하시며 물으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예수님의 슬픈 탄식 안에서 그분의 이런 음성이 들려옵니다. ‘왜 나에게 기도할 생각은 하지 않고 걱정만 하느냐? 너희가 지금 겁내고 두려워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 그것이 너희에게 정말 중요하고 절대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냐? 그것이 없어진다고 너희가 당장 멸망하기라고 하느냐? 너희는 아직도 내 사랑을, 내 뜻과 섭리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느냐?’ 주님의 그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 구석구석을 아프게 찌르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는 주님의 현존에, 우리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시는 그분 자비에, 결국엔 우리를 구원과 참된 행복으로 이끄시는 그분 섭리에 깨어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주님은 그저 풍랑을 가라앉혀주시는 분이 아니라, 그 풍랑 한가운데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분임을 늘 기억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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