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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03 조회수155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4주간 토요일] 마르 6,30-34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소셜 네트워크라는, 잘 갖춰진 도구를 이용하면 이 세상 어디에 있는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환경인데, 오히려 예전보다 소통하기는 더 어려워졌고, 오해는 더 커졌으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내가 말하는데서가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데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잘 들어야 상대방의 마음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에게 해 주어야 할 말, 그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와 나 사이에 이루어지는 진정한 소통 안에서 관계는 더 깊어지고 단단해집니다. 그래서 솔로몬도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는 하느님의 질문에 ‘듣는 마음’을 청했나봅니다. 먼저 하느님 말씀을 잘 듣고 다음으로는 백성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느님 뜻에 따라 백성들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예수님도 당신과 함께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셨습니다. 노력한다고 하는데도 사는게 참 힘들다는 신세한탄, 조심하려고 애써도 자꾸만 죄에 걸려 넘어진다는 양심고백, 먹을 양식이 없어 힘들고 괴롭다는 하소연, 병을 좀 고쳐주시고 마귀를 좀 쫓아주시라는 간절한 부탁에 이르기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당신을 찾아와 쉴 새 없이 떠드는 그 이야기들을 예수님은 중간에 끊지 않고 묵묵히, 온 마음으로 공감하며 귀기울여 들어주셨습니다.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남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주는건 차라리 쉽습니다. 그보다는 남이 하는 말들을 집중해서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저도 사제생활을 하는 동안 ‘얘기를 좀 하고 싶다’고 다가오시는 수많은 분들을 만났기에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사람들이 당신께 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들으신 예수님은 힘들고 아픈, 괴롭고 슬픈 그들의 처지를 측은히 여기셨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시작’하셨습니다. 힘든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시지 않고, 복잡한 상황을 직접 정리해주시지 않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지 우리 삶의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것들을 하나 하나 가르쳐 주신 겁니다. 참된 스승은 제자들에게 고기를 직접 잡아주지 않고, 시간이 좀 걸리고 힘들어도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하지요. 고기를 직접 잡아주는건 쉽고 금방 끝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당신을 따르는 군중들에게 구원이라는 고기, 삶의 참된 행복이라는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신 겁니다.

 

그런 주님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우리도 그분 말씀을 잘 들어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고통을 치워달라고, 원하는걸 이뤄달라고 내 할 말만 하며 그분께 떼를 쓸 게 아니라, 주님께서 나에게 주고자 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그분께서 나를 이끌어 가고자 하시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깨닫기 위해 먼저 그분 말씀을 귀기울여 들어야 하는 겁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말도 귀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그들의 말을 잘 경청하며 그들의 마음과 입장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강조하신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행복하게 잘 사는건 이렇듯 ‘잘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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