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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5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07 조회수147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제5주간 수요일] 마르 7,14-23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어느 마을 초입에 매우 지혜로운 노인이 살았습니다. 그는 손녀와 함께 매일 집 앞 흔들의자에 앉아서 그 마을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했지요. 어느 날 키가 훤칠한 젊은 여행자 한 명이 그 노인의 집 앞을 지나가다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저기, 이 마을은 어떤 곳입니까?” 그러자 노인은 대답 대신 그 사람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당신은 어떤 마을에서 왔습니까?”

 

 그러자 그 여행자는 슬픈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서로에 대해 아주 비판적입니다. 틈만나면 상대방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려서 정말 살 수가 없어요.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 불쾌하고 싫어서 빨리 그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노인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런 점은 이 마을도 똑같답니다.”

 

 그리고나서 얼마 후, 한 가족이 그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차를 세운 후 노인에게 공손한 말투로 물었지요. “어르신, 이 마을은 살기 좋은 곳입니까?” 그러자 노인은 좀 전과 마찬가지로 그에게 되물었습니다. “당신이 사는 마을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그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친구처럼 가깝게 지냅니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보면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하지요. 어딜가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작은 일 하나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습니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이사와서 떨어지게 되니 꼭 가족을 떠나온 것처럼 슬픕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노인은 그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습니다.

 

 “듣고보니 우리 마을 사람들과 아주 비슷하군요. 크게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그 가족은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손을 흔들며 떠났습니다. 그 가족이 멀어지고 난 후 손녀가 할아버지께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왜 아까 그 사람한테는 우리 마을이 아주 살기 안좋은 곳이라고 하시더니, 저 가족에게는 아주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셨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손녀를 내려다보며 미소 띈 얼굴로 답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마음 먹은대로 보이는 법이란다. 그리고 그 마음이 자기가 사는 세상을 살기 좋게 만들기도 하고, 고약한 곳으로 만들기도 하지. 난 그저 저 사람들이 만들어갈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알려준 것 뿐이란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군중들에게 이렇게 가르치십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이 말씀은 눈에 보이는, 외적인 깨끗함에만 신경쓰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가르치시기 위해 하신 말씀입니다. 그들은 겉모습이 깨끗해야만, 말과 행동으로 율법을 어기지 않아야만 하느님 보시기에 좋고 바른 상태라고 생각했지요. 반면에 겉모습이 더럽거나, 병들어서 아프거나, 말과 행동으로 율법규정을 어기거나 하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옳지 못한 상태, 즉 ‘부정’(不精)한 상태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람의 외적인 상태가 그 사람의 구원과 참된 행복을 결정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외적인 행동보다는 내적인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아무리 유난 떨며 몸을 깨끗이 씻어도,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정’과 ‘부정’ 관념을 세세히 따져가며 조심해도, 그 마음이 하느님을 향해 있지 않으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지 않고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같은 ‘나쁜 생각’들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면 절대 구원 받을수도, 삶의 참된 기쁨과 행복을 찾을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주일미사에 열심히 참여해도,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마음 속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시기하고 질투한다면, ‘이 정도면 괜찮다’는 교만한 마음으로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려고 하면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구원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항상 하느님 뜻에 맞는 밝고 긍정적인 생각을 마음 속에 품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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