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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1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20 조회수162 추천수7 반대(0) 신고

[사순 제1주간 화요일] 마태 6,7-15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우리는 보통 ‘기도’라고 하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주님께 말씀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완전히 틀린 개념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만 일방적으로 말하는 기도, 하느님께 내가 원하는걸 요구하기만 하는 기도를 계속 하다보면, 그분께서 내 기도에 ‘당연히’ 응답하셔야 하고, 내 바람을 ‘당연히’ 들어주셔야 한다는 교만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왜 내가 청하는데 들어주지 않으십니까?’, ‘왜 내가 바라는걸 이뤄주지 않으십니까?’라고 하느님께 따지며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 경우가 잦아지지요. 하느님과 더 가깝고 깊은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게 기도인데, 잘못된 기도 방법 때문에 오히려 그분과의 관계가 더 멀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올바르게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주님과 내가 ‘대화’를 나누는 일입니다. 대화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말하는게 아니라, 서로의 말을 잘 듣고 응답하는 것이지요. 더구나 그 대화 상대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주님이라면, 그분이 나를 그 누구보다 잘 아시고 깊이 사랑하시며 내 삶을 주관하시는 분이라면, 특히나 그분 말씀을 잘 ‘듣는’ 게 중요합니다. 잘 들으면서 그분의 뜻과 지향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여 그에 합당한 응답을 말로, 그리고 삶으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내가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의 응답은 자연스레 내 존재와 삶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기도는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드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알려주신 ‘주님의 기도’를 제대로 바칠 때, 그 변화의 폭이 더 두드러지지요.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자주 바치는 청원기도처럼 내 욕심과 뜻을 이루기 위해 하는 기도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확인하고 이루기 위해 바치는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기도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 기도를 진심으로 정성껏 드릴 때, 나는 ‘나’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하느님’께 다가가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가 바치는 주님의 기도는 ‘건성’일 때가 많습니다. 외웠으니까, 친숙하니까, 길지 않으니까, 함께 바치기 편하니까, 습관적으로 바치면, 그 구절 하나 하나에 담긴 깊은 뜻이 무엇인지, 그 기도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주님의 의도와 지향이 무엇인지를 깊이 묵상하지 않고 바치면 내 삶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변화’라는 지향을 가지고 주님의 기도를 한 구절 한 구절 제대로 바쳐보는게 중요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기도한다면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신뢰하며 고통과 죽음을 덜 두려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라고 기도한다면 세상의 것들을 더 가질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라고 기도한다면 육체의 ‘생존’보다 영원한 ‘생명’을, 세상이 주는 편리함과 안락함 대신 굳건한 믿음과 참된 평화를 바라야 겠지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한다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때로는 고통스럽고 힘겹게 느껴져도 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그러신 것임을 신뢰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기도한다면 세상의 것들을 더 욕심내고 의지하는 마음을 덜어낼 영적 힘을 청해야 하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라고 기도한다면, 그가 나에게 준 피해와 상처를 자꾸 되새기지 말고, 그를 용서하기 위한 조건을 내걸지 말고 일단 먼저 용서해야 합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고 기도하려면 ‘에라 모르겠다’며 자포자기 하지 않도록, 자신이 지닌 부족함과 약함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은근히 죄가 주는 달콤함을 즐기려 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기도한다면 죄를 지어 고해성사 봐야 하는 김에 주일미사 한 번 더 빠지려는 안일함에 물들지 않도록 늘 깨어 기도해야합니다. 주님의 기도를 이렇게 나의 온 삶으로,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바칠 때, 우리는 그 기도를 통해 구원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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