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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1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23 조회수166 추천수6 반대(0) 신고

[사순 제1주간 금요일] 마태 5,20ㄴ-26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2010년 줄리안 홀트 룬스태드라는 심리학자가 동료들과 함께 특별한 조사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암, 심혈관 질환, 신부전 같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인적, 사회적 네트워크에 속해서 살고 있는지, 사람들과 맺는 관계가 그 질환들을 치료하거나 극복하는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입니다. 그 결과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는 좋은 이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사는 이들은 만성질환에 걸리더라도 사망할 위험이 50% 정도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원래 흡연하던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담배를 끊었을 때 나타나는 효과와 비슷한 수준이고, 체질량 지수를 건강하게 유지, 관리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보다는 더 큰 수준이지요.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좋은 이웃’이 많이 필요합니다. 나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좋은 이웃들이 많아질수록, 나날이 팍팍해지는 이 세상에서도 더 건강하게, 더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들이 나에게 물질적, 직접적인 지원을 해주어서가 아닙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서로 사랑하며 힘이 되는 좋은 관계 안에 나도 속해있다는 든든함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화학 물질 조절에, 그리고 면역체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마음과 더불어 몸까지 건강해 질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건강’을 꼽습니다.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운동하고 몸에 좋다는 각종 약품과 건강식품들을 꼼꼼하게 챙겨먹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내 이웃’을 챙기는 데에는 얼마나 신경을 쓰며 노력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주님께서는 그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하신게 아닙니다. 그분께서 가르쳐주신 계명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면, 그것이 죽음 이후 우리에게 아무리 많은 유익을 가져다준다 한들 별로 와닿지 않겠지요. 주님은 그런 우리의 약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아십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들을, 나중에 하느님 나라에서는 물론이고 지금 이 세상에서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솔루션을 알려 주십니다. 그 솔루션의 핵심은 ‘화해’입니다. 지금 누군가와 불목하고 있다면, 불편하고 싫은 사람을 내 마음 저 멀리 밀어둔 채 방치하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기회가 있을 때 지체하지 말고 즉시 화해해야 합니다. 그렇게 된 원인제공을 누가 먼저 했는지 시비를 가리고 선후를 따지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 되는데에 시시비비는, 인과관계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내가 용서하기 싫어서, 그와 관계를 회복하는게 불편하고 싫어서 화해를 미루는 핑계로 내세울 뿐이지요. 그래봐야 그와 나 모두가 더 아프고 힘들 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라고 하십니다. 시비잘못을 따져가며 책임을 묻고 단죄하는 차가운 의로움은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을 풀어주는데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런 의로움을 능가하는 진짜 의로움을 추구해야겠습니다. ‘법대로 사는 사람’이 되지 말고, 마음에 사랑과 자비가 충만하여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렇게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점점 더 늘려나가 ‘사랑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크게 키워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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