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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2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26 조회수431 추천수7 반대(0)

지난 22일 서울대교구 사제서품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외국에 있어서 가지는 못했지만 새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하였습니다. 서품식 직후에 교구장님은 새 사제들에게 첫 임지를 발표합니다. 제가 아는 새 사제의 첫 임지를 보았습니다. 새 사제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장소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본당의 규모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새 사제가 함께 살아야 할 본당 주임 신부입니다. 신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배우지만 본당사목의 대부분은 첫 본당의 주임 신부에게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새 사제가 부임하는 첫 본당의 주임신부님은 잘 아는 후배 신부님입니다. 사목자로서 모범을 보이는 분입니다. 열정과 헌신을 보여주는 분입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분입니다. 앞으로 2년 동안 새 사제가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면 좋겠습니다. 첫 시작이 잘 되었으니, 새 사제의 앞날에도 하느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33년 전에 저도 서품을 받고 새 사제로 첫 본당으로 갔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많이 부족한 저를 위해서 좋으신 본당 신부님을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신부님은 제게 긍정의 마인드를 보여주었습니다.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는 대신에 아직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빈말이라도 남의 허물을 탓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남의 장점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형식과 율법에 억매이지 않았습니다. 매일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교우들의 가게를 찾아보았고, 길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제게 한번도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신부님은 늘 먼저 저의 의사를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젊은 사제가 더 필요하다면서 넉넉하게 예물을 주었습니다. 잘 먹어야 한다며 가끔 고기도 구워주었습니다. 신부님 사목의 모든 힘은 기도에서 나왔습니다. 신부님 방에 있는 기도 초는 눈물을 흘려서 작아졌습니다. 제 방에 있는 기도 초는 눈물 흘릴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게 사목의 모범을 보여 주신 첫 본당의 주임신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목자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사목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말씀하십니다.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청개구리처럼 예수님께서 하지 말라는 것을 골라하는 사목자가 있다면 공동체는 갈등과 아픔을 겪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셨던 제자처럼 예수님의 말씀을 죽기까지 실천하는 사목자가 있다면 공동체는 믿음의 줄기에서 사랑이 꽃피게 될 것입니다.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목자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교만하고, 게으르고, 대접받기만 바라는 사목자가 되지 말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사목자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섬기는 사제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겸손한 사제가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의 독서는 늘 부족한 제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씀입니다. “오너라. 우리 시비를 가려보자.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고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 너희가 기꺼이 순종하면 이 땅의 좋은 소출을 먹게 되리라.”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니 비록 나의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게 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비록 나의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처럼 희게 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주님의 자비하심에 의탁하며 걸어온 길을 돌아봅니다. “올바른 길을 걷는 이는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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