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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무관심으로 만들어진 저 구렁이를 / 사순 제2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2-29 조회수106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무관심으로 만들어진 저 구렁이를 / 사순 제2주간 목요일(루카 16,19-31)

 

무관심에 대한 어느 수도원 이야기다. 당시 수사들은 서로를 너무 미워하였다나. 이에 고민한 원장은 결국 현인을 찾는다. 그는 원장에게 당신 수도원은 예수님 계심을 잊고 있는데 어찌 기도가 되겠냐며 주문했다. 이에 놀란 원장은 수사들께 이를 전했다. 그러자 그들은 누가 예수님일까?’라며 서로를 관찰하고 혹시나 하며 매우 조바심이었다. 다들 예수님 모시는 심정으로. 행여 잘못한 게 있으면, 당사자를 미리 찾아가 용서청하기도. 이 분위기가 한두 달 지속되자 수도원은 형제애가 넘쳤지만, 예수님을 끝내 찾지를 못했다. 결국 원장은 다시 현인을 찾았다. “그분이 어디 단 한 사람뿐이더냐? 다 예수님이란 생각은 못해!”라며 그는 불호령이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에서 무관심의 극치를 본다. 부자는 날마다 호화롭게 살았지만, 거지 라자로는 종기투성이 몸으로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다 라자로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에게 데려갔다. 부자도 죽었다.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 속에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 곁에 라자로가 있었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를 보내시어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 좀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라고, 그가 소리쳤다.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너는 사는 동안 좋은 것 모두를, 이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죄다 받았음을 기억하라. 그래서 그는 여기서 위로를, 너는 거기서 고초를 겪는 거다. 게다가 우리와 너 사이에는 저렇게 큰 구렁이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에게 올 수도 없다.” 사실 이 비유에서 부자의 잘못은 전혀 없다. 그가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거나,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것도 없다. 자기가 지닌 재력으로 권세를 부렸다는 것도 거지 라자로를 못살게 군 건 더더욱 없다. 다만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는 그를 방관만 했다. 그가 지탄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이웃에 대한 무관심일 게다.

 

그렇다. 그는 거지 라자로가 자기 집 대문 앞에서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는 것을 못 볼 수가 없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날마다 호화롭게 살면서도 라자로가 죽기까지 눈길 한번 전혀 주지 않았다. 그의 고통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에게 관심을 가졌다면라자로가 그렇게 처참히 죽지는 않았으리라. 라자로는 대문 앞서 부자에게 끊임없이 회개할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그는 천국으로 넘어가는 그 쉬운 사다리 타는 절호의 호기를 스스로 저버렸다. 그래서 그는 위로받는 라자로 앞에서 고초를 겪는 것이다. 무관심으로 버려진 것들이 저 세상 어딘가에서 우리 관심으로 나타남을 아브라함 할아버지의 꾸중에서 되새기자.

 

이처럼 이름조차 모르는 부자보다, 라자로라는 이름을 가진 가난한 이가 더 기억됨을 새기자. 우리는 이 세상 것이 그대로 저세상 것이 되는 게 아니란 걸 되새겨야 한다. 지금 무관심이 큰 구렁이를 만든다. 메워져야 할 큰 구렁이가 곳곳에 너무나 많이 깔렸다. 무관심에서는 결코 구렁이는 메워지질 않는다. 이것들을 우리는 애정 어린 관심으로 메워야 한다. 지금도 우리의 무관심으로 만들어지는 아무리 작은 구렁이도 만들지 않도록 가까운 이웃으로 우리 눈길을 돌리자. 자신만 아는 이는 점점 이웃과 거리 둘게다. 이웃과 스스로 구렁이를 파는 것이다. 이 구렁이가 점점 크고 깊어지면 어떻게 될까? 결국 이웃은 물론이고 하느님께도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기에 더 늦기 전에 나눔과 배려의 의무를 다해야만 할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부자,라자로,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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