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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3-22 조회수74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요한 10,31-42 “내가 내 아버지의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성전 봉헌 축일을 맞아 예루살렘에 가시어 솔로몬 주랑을 거닐고 계실 때, 유다인들을 만나 논쟁을 벌이신 장면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유다인들이 돌을 집어 그분께 던지려고 합니다. 일개 인간일 뿐인 예수가 감히 하느님으로 자처하여 전능하신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것입니다. 유다교의 율법에서는 그런 신성모독을 저지른 죄인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되어 있으니 예수님도 그런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습니다. 일단 ‘신성모독’이라는 큰 죄를 지으면 투석형 같은 엄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적혀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신성모독에 해당하는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당시 율법에서 신성모독이란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행위를 가리켰습니다. 또한 율법해석가로 유명한 랍비 ‘압바우’는 신성모독과 관련하여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는 하느님이요 라고 말한다면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나는 하늘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면 그는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신성모독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습니다. 굳이 율법에 따라 판단한다면 허영심에서 비롯된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 있을 뿐, 하느님을 모독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겁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런 점을 지적하십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이들을 그분께서 직접 ‘신’이라고 부르시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이는 시편 82편의 다음과 같은 부분을 인용하신 것이지요. “내가 이르건대 너희는 신이며, 모두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다(시편 82,6).” 여기서 ‘너희’는 법관들을 가리킵니다. 당시 법관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서 그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했지요.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그들을 ‘신’이라고 들어 높여 주신 것이고, 사람들은 그분 말씀에 따라 법관들을 ‘신들’ 혹은 ‘하느님의 아들들’이라 부르며 존경하고 예우했던 겁니다. 그러니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이룬 상태에서 그분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선포하며, 그 말씀대로 살아가시는 예수님은 ‘신성모독’을 저질렀다고 단죄를 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닮은 거룩함과 의로움에 대하여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들어높이는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사람들이 당신의 말과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따름으로써 구원받기만을 간절히 바라실 뿐입니다. 다음의 말씀에서 그분의 그런 절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지요.

 

“내가 내 아버지의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0,38)

 

사람이 하느님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약하기에 하느님처럼 전능하게 될 수도, 그분처럼 영원히 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 그분 덕분으로 나의 격이 올라갈 수는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셨던 것처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내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과 내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완성되지요. 그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닮아가게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을 더 많이 닮아갈수록 우리의 격이 올라가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부족하고 약한 나의 인간적 한계를 핑계대며 그 자리에 눌러앉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받아 간직하고 따름으로써 그분을 닮은 자녀로, 하느님의 당당한 아들 딸로 격상(格上)되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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