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6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09 조회수406 추천수5 반대(0)

산보 길에 새소리를 듣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이렇게 새들은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노래로 시작합니다. 아침에 분주한 것은 새들만이 아니었습니다. 길가에 애벌레들이 느리지만 어디론가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애벌레들에게는 많은 위험이 있었습니다. 저처럼 산보를 가는 사람이 무심코 밟고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새들에게 아침 식사가 되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When faced with difficult situations, don't just hope for easy resolutions; instead, strive to make yourself stronger." 어떤 나비도 애벌레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나비가 될 수는 없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거친 애벌레들은 마침내 하늘을 나는 아름다운 나비가 될 것입니다. 나비가 된 애벌레는 다시 애벌레의 생활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땅위를 기어 다니는 것과 하늘을 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삶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산보 길에 보는 애벌레들이 무사히 나비가 될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형제님은 위암이 생겼고, 암은 여섯 군데의 장기로 전이가 되었습니다. 의사들도 3개월 시간이 남았다고 하면서 죽음을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형제님은 암을 극복해서 살고 싶은 의지가 강했습니다. 몸에 많은 의료장비를 달고 있으면서도 산보를 하였습니다. 형제님의 형님은 직업을 포기하고 동생을 위해서 이사 왔습니다. 그리고 동생을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신부님은 형제님을 찾아가서 고백성사를 드렸고, 함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형제님의 건강을 위해서 정성껏 기도드렸습니다. 무덤에 묻혔던 나자로가 무덤을 덮었던 돌을 치우자 무덤에서 나왔던 것처럼 형제님의 갈망, 형님의 돌봄, 신부님의 기도가 함께하니 형제님을 덮었던 암이 치워졌고,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애벌레가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된 것처럼 형제님도 새롭게 변화되었습니다. 단순히 건강을 회복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되었습니다. 3년 동안 곁에서 도움을 주었던 형님에게 감사드린다고 합니다. 3년 동안 힘든 일을 참아 주었던 아내에게 감사드린다고 합니다.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은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런 환시를 보았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잠자코 있지 말고 계속 말하여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아무도 너에게 손을 대어 해치지 못할 것이다. 이 도시에는 내 백성이 많기 때문이다.” 바오로 사도가 많은 위험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복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겪었던 고난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마흔에서 하나를 뺀 매를 유다인들에게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 그리고 채찍으로 맞은 것이 세 번, 돌질을 당한 것이 한 번, 파선을 당한 것이 세 번입니다.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습니다. 자주 여행하는 동안에 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이 뒤따랐습니다.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 그 밖의 것들은 제쳐 놓고서라도, 모든 교회에 대한 염려가 날마다 나를 짓누릅니다.” 애벌레가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된 것처럼 바오로 사도는 그런 많은 시련과 고난을 겪었지만 이방인을 위한 사도가 되었고, 천상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낙심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그 어려움을 통해서 더욱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올리브 동산에서 그리고 나중에 십자가 위에서 조롱받으시고 버림받으시는 그 극심한 수난의 순간들을 묵상하면서, 이런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분의 마음에 드는 제자가 되려면 그분의 충고를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망치로 벽에 못을 박는데 아무런 저항이 없으면, 거기에 무엇을 걸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우리가 희생을 통해서 단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주님의 도구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해산할 때에 여자는 근심에 싸인다. 진통의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으면, 사람 하나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기쁨으로 그 고통을 잊어버린다. 이처럼 너희도 지금은 근심에 싸여 있다. 그러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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