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8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5-27 조회수341 추천수6 반대(0)

학전(學田)에 대한 다큐를 보았습니다. 학전은 1991년 아침이슬의 주인공 김민기 선생님이 세운 소극장입니다. 1991년에 서품받았으니, 학전의 역사가 제 사제 생활의 역사와 같습니다. 전 학전에 한번 가보았습니다. 1992년 봄에 김광석의 콘서트를 보러 갔습니다. 그때 게스트로 나온 가수가 강산에입니다. 그 뒤로 학전을 잊고 있었는데 이번 다큐를 보면서 예전의 기억이 소환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열정은 가득했지만, 방향을 몰랐던 새 사제였습니다. 예비자 교리는 학원강사 부럽지 않게 강당에 가득 찼습니다. 주일학교는 아이들로 성당을 꽉 채웠습니다. 교사들과 청년들은 성당에서 봉사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열정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본당신부님은 자상하시고 용돈도 잘 챙겨 주셨습니다. 사제 생활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학전을 세운 김민기 선생님은 저와는 달랐습니다. 그는 1994년부터 2024년까지 지하철 1호선 뮤지컬을 공연했습니다. 그는 많은 무명 배우를 스타로 키워냈습니다.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윤도현, 안내상, 김대명, 황현희 이름은 잘 모르지만, 얼굴은 아는 배우들이 학전 출신들이라고 합니다. 그는 무명의 배우를 발굴해서 11주 연습을 시킨 후에 무대에 올렸습니다. 그렇게 다듬어진 배우들은 성공하였고 김민기 선생님은 주저 없이 그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날아가도록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학전은 말 그대로 배움의 터전이었습니다. 학생이 졸업하면 학교를 떠나듯이 학전에서 이름을 알린 배우들은 더 큰 세상으로 날아갔습니다. 학전은 배우들의 '못자리'였습니다.

 

김민기 선생님은 당시에는 생소했던 일들을 추진했던 개척자였습니다. 배우들의 4대 보험을 학전의 이름으로 가입해 주었습니다. 배우들과 계약서를 만들어서 배우들이 월급을 받도록 했습니다. 학전이 성공하면 배우들의 수입도 늘어났습니다. 월급이 들어오자,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대출 해 주었고 한 무명 배우는 전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김민기 선생님은 자신은 뒷것이라고 했습니다. 배우들은 앞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키운 것은, 학전이라는 극장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키운 것은 대한민국의 문화와 예술이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세계에 우뚝 선 K PopK Culture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김민기 선생님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했다면 세상의 부와 명예를 얻었을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땅 위에는 조용필 땅 아래에는 김민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같은 나이인 둘은 언젠가 한 번 만났다고 합니다. ‘조용필은 김민기를 존경한다고 했고, 김민기는 조용필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생각해 봅니다. 난 내게 주어진 '학전'을 잘 돌보았는가? 난 뒷것이 아닌 앞것으로 나 자신을 내세운 것은 아닌가? 난 건물을 세우고 추억은 만들었지만, 나의 학전에서 만난 이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헌신과 열정을 다했는가? 돌아보면 부끄럽습니다. 이제 어쩌면 저에게 마지막 '학전'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뒷것이 되어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그들이 나로 인해 슬픔은 기쁨이 되고, 절망은 희망이 되고, 두려움은 용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을 부르신 분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모든 행실에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 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학전의 김민기 선생님은 바로 그런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김민기 선생님의 '친구'를 나누고 싶습니다.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 그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앞에 떠오른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고/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하려나/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부족한 나를 친구라고 하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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