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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13:11 조회수30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마태 9,1-8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오늘 복음에 나오는 중풍병자는 온몸이 마비되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가련한 처지에 놓인 사람입니다. 하루 종일 그저 누워만 있을 뿐입니다. 아무런 희망도 열정도 기쁨도 없이 하루 하루를 겨우 견뎌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이웃들이 그를 평상에 뉘어 주님 앞으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그를 대신하여 예수님께 병을 고쳐달라고 간절히 청하지요.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 병자의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그들은 그 어떤 병도 치유하실 수 있는 예수님의 ‘능력’을 믿었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가련한 이를 외면하지 않으시는 그분의 ‘자비’를 믿었으며, 예수님께서 그 병자를 치유하심으로써 드러나게 될 하느님 사랑의 ‘섭리’를 믿었습니다. 그런 믿음 덕분에 그 병자를 예수님 앞까지 데려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고, 예수님은 그들의 그런 믿음에 구원과 치유라는 큰 은총으로 응답하신 겁니다.

 

그런데 순서가 좀 이상합니다. 먼저 육체의 질병을 고쳐주신 뒤에, 영적인 질병인 죄를 용서해주셔야 순서상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치유에 대한 언급 없이 그의 죄를 먼저 용서해주시니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이 마음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신 데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습니다. 당시 유다인들은 육체적 질병은 죄를 지어서 받게 되는 ‘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중풍 같은 큰 병에 걸린 그 병자는 하느님께 큰 죄를 지어 벌을 받는 ‘대역죄인’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먼저 그의 ‘죄’를 용서하십니다. 육체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까지 고통받던 그 병자를 그 고통에서 풀어주시기 위함입니다. 질병의 근원이라고 여겨지는 죄를 용서해주심으로써, 영혼과 육체의 치유라는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는 몸이 아프면 외적인 질병의 치유에만 매달립니다. 내가 무슨 죄를 졌길래 이렇게 아프고 힘드냐며 스스로를 탓하고, 주님은 나를 사랑하신다면서 왜 내가 이런 고통을 겪도록 그냥 내버려두시느냐며 주님을 탓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없애주지 못한다면 주님도 신앙도 다 소용없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육체의 질병을 그저 괴롭고 힘들기만한 고통으로 여기는 건 우리 인간의 관점일 뿐, 주님께서는 그 질병을 통해서도 당신의 선한 뜻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또한 질병의 치유 그 자체가 우리가 신앙생활하는 목적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느끼게 하는 ‘표징’이 될 뿐입니다. 신앙인이라면 그저 눈에 보이는 현상에 매달리지 말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며 구원에 필요하다면 언제든 놀라운 은총을 베풀어주시는 주님을 신뢰하고 따라야겠지요.

 

하지만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율법학자들은 그런 참된 믿음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 병자에게 ‘죄의 용서’를 선포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문제 삼아, 그분이 감히 하느님께만 유보된 용서라는 권한을 침해하는 ‘신성모독’의 죄를 저질렀다며 예수님을 비난하지요. 물론 ‘하느님만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실 수 있다’는 것은 올바른 믿음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웃을 용서하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어떤 권한을 양도받아서 진행하는 ‘행정절차’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베풀어주신 용서와 사랑의 은총을 나도 이웃과 나누는 ‘자선’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용서의 권한 운운하며 그것을 실천해야 할 책임과 의무 모두를 하느님께 떠넘기고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고 든다면, 그건 우리에게 용서를 통해 화해하여 참된 기쁨을 누리며 살 권한을 주신 하느님의 뜻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지요. 그러니 더 미루지 말고 용서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주님 뜻에 따라 살기 위해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쉬운 일’들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아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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