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18 조회수221 추천수5 반대(0)

심금(心琴)’을 울리는 말이 있습니다. 비록 그 소리가 크지 않아도, 비록 그 소리가 장엄하지 않아도, 비록 그 소리가 화려하지 않아도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그런 말이 있습니다. 며칠 전 산보 중에 목회자의 자기 고백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목은 성도의 수준이 목회자의 수준을 정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감독이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도 관객이 외면하면 감독은 그런 작품 대신에 관객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교회는 최고경영자와 같은 목회자를 초대하는 대신에 말씀의 선포자를 초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최고경영자는 성공신학과 긍정의 신학으로 교회를 부흥시킬 수는 있지만, 하느님의 말씀으로 굳어있는 양심을 깨우는 말씀을 선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선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공동체가, 목회자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는 하지만 그 말씀을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톨릭교회의 계급주의가 드러나는 교계제도를 반대하며 개혁교회를 세웠지만 교회가 직분과 직책으로 계급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고 합니다. 목회자의 자기성찰과 같은 말씀이 제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판소리를 배우는 수련생이 폭포수 아래에서 연습하는 걸 볼 때가 있습니다. 득음의 경지에 오르면 폭포 소리를 뚫고서 소리를 낼 수 있는 명창이 된다고 합니다. 이는 폭포 소리의 파장과 명창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명한 성악 경연대회는 예선을 치를 때는 피아노 반주로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예선을 마치고 본선에 오르면 이제 70명이 넘은 악단의 연주로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본선에 오른 경연자 중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넘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목소리가 묻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뚫고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연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1000년을 이어오는 사찰의 예불 소리를 녹음하고, 수천 명이 참석한 예배의 소리를 녹음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스님의 예불 소리가 수천 명의 예배 소리를 압도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교회가 거룩하지 않으면, 교회가 말씀을 실천하지 않으면 결코 세상이 내는 파장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교회의 위기는 거룩함을 상실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내는 파장에 교회의 소리가 묻혀버리기 때문입니다.

 

신부님 중에 심금을 울리는 신부님이 있습니다. 목소리가 크지 않아도, 언변이 화려하지 않아도, 크게 내세울 능력이 보이지 않아도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신부님들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선포하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때문입니다. 섬김을 받을 자격이 넘치지만 섬기려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나를 따르려면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했던 그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따라서 그물도 버리고, 배도 버렸던 제자들처럼 세상의 것들을 기꺼이 포기하고,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예수님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첫 번째 본당 신부님을 자상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이들을 포용해 주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에게는 안 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고 그랬습니다. 다만 한 가지 본인에게는 무척 엄격하셨습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기도하셨습니다. 신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능하면 들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재물에 대해서 청렴하셨습니다.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언제나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안식일에 대한 예수님의 해석을 들었습니다. 법과 원칙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합니다. 법과 원칙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것만 잘 지켜져도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모든 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또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모든 법과 원칙은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하십니다. 나에게는 엄격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관대한 법 적용을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인 것은 더 많은 자비를 베풀고, 더 많이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오늘 본기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길 잃은 사람들에게 진리의 빛을 비추시어 올바른 길로 돌아오게 하시니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이가 그 믿음에 어긋나는 것을 버리고 올바로 살아가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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