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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19 조회수39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마태 12,1-8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랑이란 어렵고 복잡하며 심오해보이지만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내가 참으로 아끼고 좋아하는 이와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해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물들어 닮아가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렇게 닮아가다가 결국엔 그와 내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굳건한 유대로 완전히 일치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그렇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우리와 사랑의 관계를 맺으시기 위해 당신 마음과 뜻을 드러내 보여주시고 알려주십니다.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시고 무엇에 마음 아파하시는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시고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세세히 알려주시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마음에 새겨주신 것이 ‘계명’이고, 그 계명을 삶에 적용하여 구체적인 규정들로 만든 것이 율법이지요. 그렇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율법을 통해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자 했습니다.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알고자 했고, 그렇게 알게 된 뜻을 자기 마음에 채우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백성을 이끄는 지도자격인 바리사이들은 자기 마음에 하느님의 뜻을 채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율법을 자기들이 권력을 휘두르는 도구로 삼아 사람들을 통제하고 단죄함으로써 자기들의 권위와 힘을 드러내려고만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그런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요. 예수님을 따라 길을 걷던 중에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먹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되는 일’ 즉 노동을 하고 있다며 비난한 것입니다. 밀 이삭을 딴 것은 ‘추수’이고 그 껍질을 손으로 비벼 벗겨낸 것은 ‘타작’이며, 입으로 불어 그 껍질을 털어낸 것은 ‘키질’이라며, 제자들을 안식일 규정이 금지하는 ‘노동’을 한 ‘죄인’ 취급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존경하며 따르는 ‘다윗 임금’의 일화를 들어 율법 규정을 적용하는 근본 원칙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다윗과 그 일행이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사제인 아히멜렉에게 먹을 것을 좀 달라고 청하자, 아히멜렉은 그들에게 여자를 멀리했는지 묻고는 사제들과 레위 지파 사람들만 먹을 수 있는 봉헌된 빵을 내주었는데, 이는 아히멜렉이 봉헌물에 대한 규정을 가볍게 여겨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바란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호세 6,6)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도 희생제사보다 자비의 실천을 중요시 한 그의 결정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히멜렉이나 다윗을 단죄하지 않은 거 아니냐고 물으시는 것이지요.

 

우리가 율법과 계명을 실천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글자 그대로 완벽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근본 정신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즉 율법과 계명을 지키지 못한 이들을 단죄하고 벌 주는 게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부족함과 약함을 이해하며 자비를 베푸는 것입니다. 지금 굶주리는 사람에게 왜 먹을 것을 마련하지 못했느냐며 그들의 게으름과 무능을 탓하기 전에 먼저 먹을 것을 주는 것입니다. 지금 헐벗고 고생하는 이들에게 그러게 왜 열심히 일하라는 부모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느냐고 질책하기 전에 먼저 입을 것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자비이고, 예수님께서 행동으로 보여주신 사랑의 방식인 것이지요. 그런 하느님과 예수님의 뜻을 헤아린다면 잘못을 저지르는 이웃 형제 자매를 비난하거나 단죄하는 일은 그만두고, 그들과 나 자신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라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데에 힘써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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