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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영억 신부님_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21 조회수53 추천수2 반대(0) 신고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의 필요를 이미 아시고 채워주십니다. 이 시간 우리를 가엾은 마음으로 챙기시는 주님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많은 분이 휴가를 즐깁니다. 휴가를 통해 쉬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쉬는 방법과 우리의 쉬는 스타일은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쉬지만, 우리는 사람도 많고 시끄러운 곳으로 휴가를 떠납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곳으로 갑니다. 길도 막히고 잠자리도 불편하고, 휴가를 다녀와서는 더 피곤해합니다. 그렇다면 그 휴식은 바람직한 쉼이 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기쁘고 건강한 휴식을 취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주님으로부터 받은 능력을 지니고 세상에 나가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그들은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이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고 마귀를 쫓아내며 주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예수님 앞에 모여서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자랑삼아 보고 하였습니다. 자기가 아침에 계획한 것을 열심히 살고 저녁에 삶을 되돌아보며 하루의 시간을 예수님께 보고하는 것은 저녁기도 시간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양식입니다. 그랬더니 예수님께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고 하셨습니다.

 

왜 외딴곳을 선택하셨을까요? 동안에 열심히 할 일을 한다고 했지만, 그것이 주님의 일이었는지, 내 일이었는지를 살펴보라는 말씀입니다. 혹 하느님의 일은 접어두고 인간적인 일에 매달린 것은 아닌지 내적으로 반성하고 채울 시간을 가져보라는 의미입니다. 사실 일에 치이면 마지못해, 억지로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일은 신성한 노동이 아니라 부역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휴식을 잘해야 합니다.

 

어느 수도원의 두 수사가 원장으로부터 들에 나가 밀을 거두어들이라는 분부를 받았습니다. 두 수사는 낫으로 밀을 베어 단으로 묶어나갔습니다. 한 수사는 시간마다 쉬곤 하는데, 반해 한 수사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날이 저물었을 때 보니 쉬면서 일한 수사가 쉬지 않고 일한 수사보다 훨씬 더 많은 밀을 베어 놓았습니다. 열심히 일한 수사는 어떻게 그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궁금해했는데 쉬면서 일을 한 수사가 말했습니다. “저는 틈틈이 쉴 때마다 제 낫을 갈았습니다.”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일에 파묻혀서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불분명할 때, 가족과 잘 지내고 있는지,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을 잘 모시고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은혜를 회복하는 시간이 휴식입니다.

 

쉼을 잘못하면 안 쉰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음식을 잡수실 겨를조차 없이 바쁘시더라도 한적한 곳을 찾으셨고 이른 아침에 기도하셨습니다. 그것은 당신을 보내주신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때때로 한적한 곳을 찾아야 합니다. 성체조배는 바로 훌륭한 휴식입니다. 자주 성체 앞으로 오십시오. 피정이나 성지순례도 꼭 필요한 휴식입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들은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한적한 곳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연 피정, 월 피정을 해야 합니다. 피정이란 말 그대로 시끄러운 곳을 피해 고요한 곳으로 가는 것입니다. 교회법으로, 수도회 규칙으로 정해놓았습니다. 그것은 예수님과 깊은 만남을 통해 자기 소명 의식을 새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대개는 침묵 피정을 합니다. 동안에 말을 많이 하고 살았으니까 침묵 가운데 주님의 말씀을 듣고 내적 성장의 토대를 다지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우리 청주교구 신부 수가 200명입니다. 신부 전체가 모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연 피정을 할 때는 특별히 주교님의 허락을 받은 분 외에는 모두 참석합니다. 그래서 어떤 신부님이 건의 했습니다. 침묵을 해제해 달라! 일 년에 한 번 전체가 모이는데 동안의 삶을 서로 나누며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도 쌓고 친교의 장을 만드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느냐?

 

그래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침묵이냐? 해제냐?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절대다수의 신부님께서 침묵을 선택하셨습니다. 한번은 부산교구 정명조 주교님께서 피정 지도를 하셨는데 첫 시간에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피정은 “절대 침묵 피정”입니다. 절대 침묵이란, 내가 침묵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문 여닫는 소리, 발걸음 소리까지도…왜 그렇게 침묵을 강조하셨겠습니까? 세상이 시끄러우면 시끄러울수록 그만큼 더 하느님의 소리를 듣고 주님의 뜻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란하고 들뜬 마음으로는 결코 하느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고요함 속에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주님의 거울에 비추어진 내 속을 보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의 일상이 몇 일간 시간을 내서 피정하기란 힘듭니다. 그러나 한적한 곳에 가서 쉬라는 주님의 말씀을 되새겨야 합니다. 이 말씀은 좋은 휴양지에 가서 먹고 마시고 즐기라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휴가를 내서 성지순례를 하시는 분이 계시고, 어떤 분들은 가족과 더불어 요양원이나 복지시설에 가 봉사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들은 중환자실에서 똥, 오줌을 받아내고 식사 수발도 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배우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일깨웁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들의 휴가는 참으로 하느님 안에서의 휴식입니다.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휴가를 내서 성경 연수에 참석하시는 분도 있고, 피정하며 주님 안에서 쉬기도 합니다.

 

“한적한 곳으로 가서 쉬어라”는 주님의 말씀을 가정에서 실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른 아침, 일상을 시작하기 전 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도 시간, 침묵의 시간을 꼭 챙겨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예수 성심 상이나 성모님 상 앞에서 하루를 살피고 부족함을 채울 수 있도록 자기를 봉헌하면서 주님과 더불어 시작하고 주님과 함께 마치면 얼만 좋겠습니까? 세상이 각박해지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쉼이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쉰다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으로 우리의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높은 곳에, 귀한 곳에, 천상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넘치도록 채워주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찾아가기도 하셨지만 사람들이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분께 능력이 있고 힘이 있으며 가르침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휴식을 취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과 제자들보다 먼저 그 휴식 장소로 와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몸이 파김치가 되어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군중에게 떠밀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충분히 짜증이 날 만한데 예수님께서는 ‘목자 없는 양들 같아 오히려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가슴은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과 자비심으로 가득 차, 귀찮고 짜증이 날 법한 상황에서도 꾸준한 사랑의 길을 가십니다.

 

과연 우리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있는가? 사람들이 나를 피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미리 가서 진을 치고 있던 사람들처럼 주님의 뜻을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를 점검하시길 바랍니다. 세상 것엔 바쁘고, 주님 것엔 관심이 없으면서도 주님의 복을 청하는 모습이라면 부끄럽습니다. 오늘만큼은 외딴곳에서 주님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꼭 챙기시길 희망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 요즘 너무 더우셨죠?

이럴 때는 차가운 바다를 다시금 생각합니다 : 썰렁해!

이럴 때는 가장 뜨거운 바다는 피하시길 바랍니다 : 열바다

그래서 가슴설레는 바다가 그립습니다 : 사랑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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