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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마태오 13, 1 - 9
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23 조회수38 추천수3 반대(0) 신고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13,8)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은 밀레의 그림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이 그림의 전체적인 모습은 오늘 복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씨앗을 뿌리는 농부 위로 대지를 비추는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태양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입니다. 색조色調를 보면, 씨앗을 품고 키워주는 대지를 보랏빛으로 그려 태양의 노랑 빛과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밭고랑 사이로 농부가 뿌린 씨앗을 쪼아 먹으려는 까마귀들이 검게 날고 있습니다. 이는 씨앗이 많은 수확을 얻기까지 서로의 역할이 다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떠오르는 태양, 보랏빛 대지, 농부, 뿌려진 씨앗들 모두가 다 희망을 상징하며 특히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태양의 노랑 빛은 그런 희망을 더 밝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너무나 잘 알려진 비유이며, 다만 이 비유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바는 씨 뿌리는 사람의 자질이 아무리 훌륭하여도, 씨가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사실 작황을 결정짓는 것은 토양의 상태라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씨 뿌리는 사람이란 작은 제목은 적절하지 않은 듯싶지만, 복음의 행간을 깊이 이해할 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농사의 측면에서 보면, 본디 농사꾼은 씨를 뿌리기 전에 먼저 땅부터 잘 가꿔, 준비된 밭에 씨를 뿌립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농사법은 우리와 전혀 다름을 전제하고 들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농사꾼은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다만 씨를 뿌리는 사람으로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최선을 다할 뿐 모든 결과는 대자대비하신 하느님께 내어 맡기며 아울러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려는 사람들의 열린 마음에 맡기는 예수님의 마음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는 단지 예수님만이 아니라 복음을 선포하는 일꾼의 자세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비유에서 훌륭한 작황을 결정짓는 것은 분명 토양의 상태이며, 그 토양은 바로 인간의 마음과 영혼의 상태임을 유추할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 농사법이 이 비유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고 봅니다. 하늘나라의 씨는 선한 사람뿐만 아니라 악한 사람에게도 뿌려지지만, 그 씨가 발아할 수 있고 발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그 사람 영혼의 상태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오직 구원은 구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비유에서 나타난 것처럼 농부가 씨를 뿌렸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습니다. 이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영혼에 떨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또 어떤 씨는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져 해가 솟자마자 말라 버렸습니다. 이는 곧 깨달음이 깊지 않아 힘듦을 이겨내지 못한 영혼을 의미합니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져 숨이 막혀 죽어버렸습니다. 이는 곧 지나치게 세상적인 것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산만한 영혼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 곧 준비된 영혼에 떨어져 그 수확이 30배, 60배, 백배를 거두어 드렸습니다.

100배의 결실을 거두어들인 농부처럼 우리네 삶과 신앙도 이렇게 풍성한 수확을 거두어들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이런 삶은 정말 놀랍고 풍성한 삶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우리 마음의 상태입니다. 이렇듯 좋은 땅, 옥토와 같은 마음의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땅을 갈아야 하고, 흙덩어리를 부수어야 하며, 성장을 저해하는 깊이 박힌 돌멩이를 하나하나 제거해야 하며, 양분을 빼앗는 잡초를 일일이 뽑아내야 합니다. 아울러 무기물을 공급하려면 나뭇잎, 잔가지, 나무껍질 등이 제때 제 방식대로 찢기어 땅에 떨어져 지나가는 동물들이 남긴 거름과 함께 섞여야 합니다. 습기와 곰팡이에 썩어야 하며, 벌레에 덮이고 세균에게 먹혀야 합니다. 이처럼 풍성한 삶을 위해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이렇게 토양을 비옥하게 분해된 유기물을 부식토腐植土라고 합니다. 여기서 humus는 겸손humility과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좋은 땅 곧 부식토가 되기 위한 과정처럼, 우리 역시도 하느님 말씀을 잘 받아들이고 많은 결실맺을 수 있는 마음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바로 ‘겸손’임을 잊어서는 아니 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가 당신의 말씀을 잘 받아들이게 하시려고 사용하시는 과정입니다. 100배의 수확을 거두어들이길 원한다면, 토양과 같이 ‘이런 과정’을 거쳐 겸손한 마음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여러분은 준비되었으며, 이런 과정을 거칠 각오를 가지셨나요.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는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리라.’       

서정주의 빈센트 반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을 보고」라는 시를 함께 나눕니다. 『칼국수 만들려고 밀가루 반죽해서 방망이로 펴 놓은 듯한 멧방석만한 노오란 달 하나 먹음직하게 나즈막히 뜨시고, 역시 프랑스에서도 만고절색인 그 나이 이슥한 살구나무에 몇 송이 살구꽃도 좋이 피었네  분홍 구름도 몇 줄 동녘 하늘엔 들러리 섰나니, 이 봄날의 대지에 씨 뿌리지 않고 어이 견디리? 베레모 쓴 청년 하나 밀 씨를 뿌리고 있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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