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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27 조회수13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16주간 토요일] 마태 13,24-30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어라.“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인내와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실수나 잘못을 저질러도 즉시 단죄하시는 법이 없습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보시고, 스스로 죄를 깨닫고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며,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다시 당신께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겁니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약한 우리 인간은 이런 하느님의 자비 덕분에 하루 하루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런 자기 처지를 망각하고 하느님께 이런 불평 불만을 쏟아냅니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저 착한 사람이 저렇게 고생을 하는데, 저 못된 놈이 저렇게나 떵떵거리며 잘 사는데, 이런 불의와 부정을 왜 지켜보고만 계시느냐’는 겁니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는 저런 나쁜 놈들에게는 즉시 ‘천벌’을 내리시는 것이 ‘정의’가 아니냐는 겁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하느님께서 우리가 큰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무시무시한 분노를 쏟아내며 즉시 심판을 내리신다면 그 심판을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요? 세상 종말의 순간 구원받을 사람이 남아있기는 할까요?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길게 보시며 충분히 기다려주시는 겁니다.

 

인간은 세상에 가득한 부정과 불의를 보고 그것을 심판하지 않는 하느님을 탓하지만, 세상에 그런 것들이 생긴건 하느님 때문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당신 밭인 이 세상에 ‘좋은 씨’를 뿌리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분께서 심어주신 좋은 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안일함과 나태함에 빠져 잠든 사이, 우리 원수인 악마가 이 세상에 그리고 우리 마음에 욕망 시기 질투 교만 분노 같은 가라지들을 뿌려놓은 것이지요. 그러니 이 세상이 이렇게 된 이유를 찾아 누군가를 탓하고 싶다면 결국 우리 자신을 탓해야만 하는 겁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잠들었다고 탓하지 않으십니다. 우리 안에 가라지가 자라도록 방치했다고 나무라지도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라지에 치여 다치거나 구원의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시고 격려하시며 응원해 주십니다.

 

사실 가라지 때문에 피해를 보는건 우리 종들이 아니라 주인이신 하느님이십니다. 그분께서 뿌리신 씨앗의 양에 비해, 그것을 가꾸느라 들이신 노력의 정도에 비해, 거둬들일 수확량이 터무니 없이 적을 것이 뻔하지만 그분은 기꺼이 감수하십니다. 그분께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맺는 열매의 양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구원의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 그 자체,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몇 등으로 들어갔는지, 몇 점을 받고 들어갔는지는 중요치 않지요. 그러니 세상에 심어진 가라지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내 마음과 영혼 안에 가라지가 심어져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봐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는 열정, 그분께 대한 사랑으로 충만했던 우리였는데, 그분 뜻에 깨어있지 못한 채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 사이 어느 새 가라지들이 우리 마음 속 깊숙이 박혀 버렸습니다. ‘내가 대체 왜 이러지?’라고 의식하는 순간은 이미 나 혼자 힘으로는 그 가라지를 뽑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자리잡은 다음이지요. 그럴 땐 그 가라지에만 온통 시선을 뺏긴 채 ‘나는 이거밖에 안되는구나’하고 슬픔과 절망 속에 빠져있을 게 아니라, 가라지마저 당신 섭리 안에 포함시켜 큰 그림을 그리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가 자비의 하느님께 자신을 의탁한 채 그분 뜻을 실천하는 일에만 전념하다보면, 어느 새 그분께서 준비해두신 구원의 곳간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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