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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7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03 조회수38 추천수6 반대(1) 신고

[연중 제17주간 토요일] 마태 14,1-12 “임금은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어서 그렇게 해 주라고 명령하고“

 

 

 

 

사람마다 저마다 고유한 가치관과 신념을 지니고 있기에, 다른 이의 생각이 늘 내 생각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내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하고 여러가지로 노력한다고 해도, 언제나 내 생각과 주장이 올바른 ‘정답’일 수도 없지요. 그런 상황에서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보면 공동체 내부에 다툼과 갈등이 생기고 그것이 심해지면 폭력과 분열도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양보하며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타협’과 ‘절충’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우리가 절대 타협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생명’이라는 문제가 그렇고 ‘안전’이라는 문제가 그렇지요. 또한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라는, 절대 양보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최우선으로 여기며 지켜야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는 헤로데 임금의 모습과 절대 타협하지 않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헤로데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신념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생일 잔치에 고관대작들을 초대하여 큰 잔치를 베풉니다. 자기가 주인공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받으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 그 마음 때문에 오히려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생각하며 눈치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청하는대로 주겠다’고 맹세하며 약속까지 했는데 그것을 번복하면 자기 양녀가 자기를 우습게 볼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임금이라는 자가 겨우 ‘예언자’ 하나를 자기 뜻대로 못하고 끌려다니면 그 자리에 모인 고관대작들이 자기를 따르지 않을까봐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지 못합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도 알고 그대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본인 뜻대로 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처량한 신세가 된 겁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서글픈 착각 속에서 말이지요.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대로 창조하신 그분의 피조물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스스로가 삶의 ‘주인공’이 되겠다며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참된 나’로서 사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동안 반드시 지켜내고 실현해야 할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사는 것입니다. 내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그 무엇보다 나를 창조하시고 이끄시는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고 충실하게 살고 있는지를 꾸준한 기도와 성찰을 통해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길을 잃고 방황하지 않습니다. 그래야 나를 잃고 멸망하지 않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그런 것처럼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남들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하느님의 뜻만 생각하며 우직하게 걸으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갚아주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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