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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05 조회수112 추천수6 반대(1)

예전에 이무기가 용이 된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뱀이 오백 년을 수행하면서 기다리면 이무기가 되고, 이무기가 오백 년을 수행하면서 기다리면 마침내 용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무기도, 용도 상상 속의 동물입니다. 다만 열심히 노력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담긴 말입니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이 났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저는 1982년에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사제가 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신학교에서는 3가지를 배우고 수련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기 위한 지식을 배웁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한 영성을 닦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실천하기 위해 체력을 키웁니다. 모든 이무기가 용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모든 신학생이 사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이 있어도 신심이 부족해서 그만두는 일도 있습니다. 신심이 깊어도 능력이 부족해서 그만두는 일도 있습니다. 능력과 신심이 좋지만, 건강 때문에 그만두는 일도 있습니다.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사제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한 마리의 애벌레가 나비가 되면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먼저 차원이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애벌레는 땅을 기어다니지만, 나비는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모른다면 나비가 원래는 애벌레였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입니다. 신학생이 사제가 되면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처럼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사제는 성사를 집전할 수 있습니다. 사제는 본당으로 파견되어 사목할 수 있습니다. 사제는 공동체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습니다. 모임의 자리에서는 상석에 앉게 됩니다. 한 말씀을 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먼저 배식을 받습니다. 버스에 탈 때도 앞자리에 앉습니다. 성지순례를 갈 때도 1인실을 사용합니다. 사제이기에 존중받고, 사제이기에 존중받습니다. 이렇게 사랑과 존중을 받는데, 익숙해지면 나비가 애벌레의 시기가 있었음을 망각하듯이, 왜 사제가 되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사제의 말과 행동에 바리사이의 자만과 율법 학자의 교만이 보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을 비난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들은 마치 회칠한 무덤과 같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을 썩어가고 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타볼산으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께서는 엘리야와 모세를 만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때입니다. 예수님의 얼굴은 빛이 났고, 옷은 새하얗게 변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베드로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주님 이곳에 천막 3개를 만들겠습니다. 하나는 모세, 하나는 엘리야 그리고 하나는 주님을 위한 천막입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는 이무기가 용이 되는 성공의 이야기일까요?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는 신학생이 사제가 되는 성품성사의 이야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그렇습니다. 거룩한 변모는 병자를 고쳐주고, 더러운 영을 쫓아내고,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고, 풍랑을 잠재우고, 물 위를 걷는 표징이 아닙니다. 거룩한 변모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는 것입니다. 조롱과 멸시를 받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거룩한 변모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는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한 부활이었습니다. 교회는 전승에 따라서 십자가 현양 축일 40일 전에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40일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의 결과인 영광스러운 부활을 미리 보여 주시고자 거룩한 변모의 표징을 드러내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신데렐라처럼 신분이 변하는 것이 거룩함은 아닐 것입니다. 아름다운 외모와 사람들의 칭송이 거룩함은 아닐 것입니다. 낮은 곳에서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 거룩함인 것입니다. 주름진 얼굴이지만, 거친 손이지만 절망하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거룩함인 것입니다. 근심과 걱정 중인 이들에게 사랑의 미소를 보여 주는 것이 거룩함입니다.

 

우리도 거룩해지기 위해서는 산에 올라야 합니다. 기도의 산, 봉사의 산, 희생의 산, 나눔의 산에 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산에 오를 때 몸이 너무 무거우면 지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필요 없는 것들을 내려놓고 올라야 합니다. 욕심, 시기, 질투, 원망, 불평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거룩해진 것은 내가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남이 알아주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알아주고, 이웃들이 알아주고, 하느님께서 알아주시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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