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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05 조회수83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마태 14,13-21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시는 예수님이 사람과 상황을 대하시는 방식과, 세상의 논리와 법칙에 따라 사는 제자들이 사람과 상황을 대하는 방식이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제자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예수님께 몰려드는 군중을 자기들이 쉬는 걸 방해하는 ‘훼방꾼’ 정도로 여기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루 종일 시달리다 이제 겨우 밥 도 먹고 숨 좀 돌리려고 외딴 곳을 찾았는데 거기에 미리 가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모습이 징글징글했겠지요. 그래서인지 ‘관료적’인 태도로 그들을 대합니다. 종일 그들에게 시달리느라 지치고 힘이 드니 이제 그들을 좀 돌려보내자고, 그들도 밥 때가 되어 배가 고플테니 마을로 가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시라고 예수님을 재촉합니다. 군중들을 나와 상관 없는 ‘남’이라고 여겼기에 시간이 늦어 치유를 못 받는 것도,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것도 ‘그들의 사정’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나와 다른 이의 삶을 철저히 분리하는 다분히 바리사이적인 모습입니다.

 

반면에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다니는 군중들을 가엾이 여기십니다. 참된 목자이신 주님께 군중들은 당신이 사랑으로 보살피고 돌보아야 할 ‘양떼’로 보였지요. 그들을 아무 대책 없이 돌려보내면 그들은 또 다시 ‘목자 없는 양들’의 처지가 되어 방황하고 고통받을 것을 아셨기에, 그들의 배고픔이 곧 당신의 배고픔이고 그들의 아픔이 곧 당신의 아픔이었기에, 당신이 직접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기로 하십니다. 다른 이와의 관계에서 손해 보려고 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려 했던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님은 당신이 가진 것을 다 내놓으셔서라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고 싶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있어서 재물은 손에 움켜쥐고 지켜야 할 목적이 아니라 베풀고 나누어야 할 수단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상황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제자들은 자기들이 가진 능력과 조건 안에서 상황을 바라봅니다. 지금 그들이 가진 음식이라고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밖에’ 없습니다. 그 정도 가지고는 장정 만도 오천명이 넘는 군중들이 먹기에 어림도 없지요. ‘계란으로 바위를 칠 바’엔, 어차피 해낼 수 없는 미션에 도전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바엔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런 그들이기에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밖에 안되는 하찮은 양의 음식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에게 있는 것은 보지 못하고 없는 것만 보려고 드니 그들의 삶은 늘 부족하고 불평과 불만만 가득하게 됩니다. 참으로 서글프고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반면에,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소중히 여기시고 감사를 드리십니다. 그분께는 가진 것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손에 쥔 것이 아무리 미소하고 보잘 것 없더라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누리지 못했을 것임을 아시기에 논리적 계산보다, 불평 불만보다 먼저 감사를 드리실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나에게 없는 것만 바라보며 절망에 빠지지 않고 하느님께서 채워주실 빈 자리, 그래서 풍성하게 가득찰 가능성을 보실 수 있었습니다. 당신 손에 있는 모든 것은 원래부터 하느님의 것이니 그 부족함마저 하느님께서 끝까지 책임지실 거라고 믿으셨기에,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기꺼이 내어놓으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런 예수님의 감사와 의탁과 순명의 기도에 응답하시어 ‘열 두 광주리’나 되는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주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사람과 상황을 바라봐야 할지는 자명하지요. 예수님처럼 자비와 공감의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봐야겠습니다. 감사와 신뢰의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봐야겠습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내 삶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주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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