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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상선 신부님_성삼위 하느님의 현존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06 조회수39 추천수1 반대(0) 신고

오늘 미사의 말씀 안에는 성삼위 하느님의 현존이 가득합니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옥좌들이 놓이고, 연로하신 분께서 자리에 앉으셨다."(다니 7,9)
"불길이 강물처럼 뿜어 나왔다. 그분 앞에서 터져 나왔다."(다니 7,10)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다니 7,13)

다니엘 예언자가 본 꿈의 환시 장면입니다. "연로하신 분"은 성부 하느님을, "사람의 아들 같은 이"는 성자 예수님을, 그리고 성부에게서 뿜어 나오는 불길은 성령이시니, 장엄하고 숭고한 성삼위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자리입니다.

다니엘 예언서를 읽어 보면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네 짐승들의 환시가 먼저 나오고 이어서 오늘의 대목이 나옵니다. 혐오스런 광경에 이어지는 영광의 장면이 극명하게 대비되지요. 놀라는 예언자에게 환시 속에서 천사가 먼저 등장한 네 짐승들과 나중의 천상 거룩한 법정의 의미를 설명해 줍니다. "그 거대한 네 마리 짐승은 이 세상에 일어날 네 임금이지만, 결국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백성이 그 나라를 이어받아 영원히, 영원무궁히 차지할 것"이라는 구원과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다니 7,14)
이 장엄하고 영광스러운 현장은 황제나 대사제의 대관식을 떠올리게 해 줍니다. 성삼위 하느님께서 악을 물리치시고 사랑과 정의로 통치하시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며 언어와 민족과 나라가 다른 모든 이들이 성삼의 하느님을 섬기며 그 빛을 받아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복음은 주님께서 거룩히 변모하신 높은 산의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그때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마르 9,3-4)
예수님께서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셔서 모습이 변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에게서 본 빛이 사람의 손에서 나올 수 없는 색의 흰빛이었다고 전합니다. 앞서 읽은 다니엘 예언서의 장면이 꿈의 환시였다면 지금 이 순간은 현실이고 실재입니다.


게다가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셨으니 제자들의 놀라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하느님과 각별히 친밀했던 이들로, 이스라엘 백성이 가장 거룩한 사람으로 섬기는 성인들입니다.

"그때에 구름이 일어 그들을 덮더니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마르 9,7)
성부 하느님은 목소리로, 성령은 구름으로 성자 예수님을 에워쌉니다. 이 역시 성삼위 하느님의 현존이 충만한 순간입니다.


그런데 다니엘 예언서의 장면과는 달리, 이 순간에는 하느님께서 제자들에게 친히 말을 거셨지요. 제자들은 관조자나 관찰자의 신분이 아니라 하느님의 상대자가 되어 그분 말씀을 듣습니다. 이는 하느님이 이 세상과 분리된 어느 곳에 영광스러이 따로 떨어져 자리하시지 않고, 하늘을 뚫고 세상에 내려오셔서 인간과의 구체적 관계 안으로 들어오심을 상징합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느님 말씀의 내용은 소개와 명령으로 간결히 이루어집니다. 즉 예수님을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소개하시면서, '그러니 그의 말을 들으라'고 명령하시지요.


하느님께서 세상에 예수님을 보증하시는 소개장은 "사랑"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무슨 신분이나 타이틀, 직업이나 주거지로 서로를 소개하는 것과 달리 하느님은 사랑의 관계로 아드님을 보여 주십니다. '하느님의 사랑받는 분'라는 자격은 예수님이 이 세상에서 영원무궁히 존중받고 섬김 받으셔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느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독백에 그쳐서는 안 되는, 명백히 응답이 요구되는 말씀이십니다. 제자들에게는 응답과 실천을 통해 이 말씀을 실현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집니다. 하느님의 말씀이신 분의 말을 듣는 것. 이것은 하느님께서 말을 거셔서 그분과의 관계 안으로 들어온 모든 이에게 부여되는 거룩한 의무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의 사랑의 얼굴을 관상하는 오늘, 그분의 영광에서처럼 그분의 수난과 고통, 죽음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는 가난과 고통으로 일그러진 우리 형제와 이웃의 얼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존중받고 환대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보증이 됩니다. 우리는 서로를 듣고 경청하며 이 사랑을 확인하고 키워나가야 하지요. 그리하여 예수님 영광의 빛이 우리 마음에 가득할 것이고, 주님의 거룩한 변모의 영광을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일상 안에서 실현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로써 주님께서 우리를 통해 현실이 되시고 실재가 되어 가는 기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주님 영광의 빛인 우리 모두를 축복합니다. 

 

▶ 작은형제회 오 상선 바오로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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