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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21 조회수78 추천수4 반대(1) 신고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 마태 20,1-16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오늘 복음은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입니다. 여기서 포도밭 주인은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품삯은 그분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인 영원한 생명을 가리키지요. 그런데 오늘 비유에서 주인에게 투덜거리는 일꾼들처럼 우리도 하느님께 불평할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 제가 신앙생활 한 게 몇 년인데 얼마 전에 세례 받은 저 사람도 저랑 똑같이 하늘나라에 가는게 말이 됩니까?’, ‘제가 본당에서 봉사도 얼마나 열심히 하고 교무금도 얼마나 많이 냈는데, 겨우 주일미사 참례 정도밖에 안한 저 사람보다 저에게 더 큰 축복을 주셔야지요’. 그러나 영원한 생명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선물이 아닙니다. 그건 나와 ‘한 가족’이라고 해서 그 안에 속한 모든 구성원들이 다 나와 똑같은 수준으로 친밀한 게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하느님과 맺는 ‘관계’를 가리키는데, 그분과 맺은 관계가 얼마나 친밀하고 깊은가 하는 것은 신앙생활을 한 ‘시간’이 아니라, 평소에 하느님과 깊은 인격적 친교를 맺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에 달려있는 겁니다.

 

그러므로 죽기 얼마 전에, 하느님의 이름 정도만 겨우 알고 죽은 사람이 그분과 맺은 친교의 깊이와, 한 평생 하느님 안에서 울고 웃으며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그분과 맺은 친교의 깊이는 절대 같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후자쪽이 하느님과 더 깊고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고, 그 관계 안에서 큰 은총을 누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세상살이를 마치고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 그분과 완전한 일치를 이룸으로써 그분과의 친교가 완성되면, 비로소 하느님과 함께 충만하고도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될 겁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친교를 맺는 활동인 ‘신앙생활’을 귀찮고 힘든 ‘일’로 여기는 사람은 그것을 오랫동안, 열심히 하는걸 억울하다고 생각하기에 하느님과 제대로 된 친교를 맺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이들은 신앙생활을 아무리 오래 한들 그 안에서 참된 기쁨과 보람을 찾지 못하지요. 하느님께 자주 실망하고 그 입에는 불평 불만이 가득하며, 스스로가 너무 불행하다고, 신앙생활이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건줄 알았더라면 괜히 시작했노라며 후회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하느님 나라에 가서도 하느님과 나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며 기쁨과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쟨 나보다 세례도 늦게 받았는데’, ‘쟨 주일미사도 자주 빠지고 나보다 교무금도 덜 냈는데’라는 생각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슬픔과 불행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된 순서는 ‘첫째’였지만, 그분 나라에서 누리는 기쁨과 행복의 크기로는 ‘꼴찌’가 되는 겁니다.

 

반면 신앙생활 그 자체를 ‘은총’으로 여기고, 자신에게 그런 큰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 그분 뜻을 충실히 따르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자신의 그 노력을 보시고 기뻐하실 하느님을 생각하며 하루 하루를 기쁨과 보람 속에 살게 됩니다. ‘이렇게 좋으신 하느님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하는 안타까움에, 자신에게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그 시간에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해 하느님 자녀답게 살려고 노력하기에, 그 시간을 통해 조금씩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모습으로 변해가지요. 그렇게 이 세상에서 이미 ‘하느님 나라’를 살며 그 나라에 살기에 합당한 자격을 갖추어 가기에 죽음 이후에도 굳이 연옥에서 정화의 시간을 거칠 것 없이 바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된 순서는 ‘꼴찌’였지만, 그분 나라에서 누리는 기쁨과 행복의 크기로는 ‘첫째’가 되는 것이지요. 참된 신앙인이라면 첫째였다가 꼴찌로 떨어지는 삶보다 꼴찌에서 첫째로 올라가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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