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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0주간 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17:48 조회수25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20주간 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 마태 22,1-14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

 

 

 

 

오늘 복음은 혼인 잔치의 비유입니다. 유다인의 상류 사회에서는 잔치를 베풀고 친지들을 초대할 때 두 번에 걸쳐 초청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먼저 잔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사람들에게 초청장을 보내어 그 날 올 수 있는지 여부를 묻고, 준비가 다 된 후에는 먼저번 초대에 승낙한 사람에게 잔치를 여는 정확한 시간과 구체적인 장소를 알려주며 다시 한 번 초청하는 것입니다. 이때는 잔치 준비가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거절하면 커다란 실례가 됩니다. 처음부터 못간다고 했으면 다른 이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자리를 ‘빈 자리’로 만듦으로써 더 많은 이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큰 기쁨을 나누고자 했던 주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늘 비유에 등장하는 임금이 자기 초대를 무시하고 거부하는 이들에게 불 같이 화를 내는 게 이해가 됩니다. 심지어 초대를 거부하는 것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부득이하게 그런 게 아니라, ‘밭으로 가고 장사하러 가는’, 본인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유 때문이니, 큰 맘 먹고 그들을 초대한 임금 입장에서는 그들이 자기 성의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무시하며 업신여긴다고 느낄 겁니다. 더 나아가 초대장을 전하기 위해 보낸 자기 일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죽이기까지 하니 그들의 악행에 분노가 치밀었겠지요.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게 됩니다.

 

상황이 그 정도쯤 되면 잔치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그냥 자기들끼리 조촐하게 기쁨을 나누는 정도로 끝내고 싶을텐데, 오늘 비유에 나오는 임금은 사람들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거두지 않습니다. 그 임금은 바로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임금이 준비한 혼인잔치는 그저 자기 아들의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게 아니라, 그 잔치에 참여한 이들이 충만한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하기 위한, 그렇게 하여 모두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기 위한 ‘구원의 잔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한 사람이라도 더 그 잔치에 초대하기 위해 다시 종들을 보냅니다. 그리고 ‘아무나 만나는대로 잔치에 불러 오라’고까지 명령하지요. 그 말에서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초대는 선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차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이 드러납니다. 즉 구원의 초대는 인간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부르심과 그에 대한 응답으로 이루어지는 그분의 선물이자 자비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누구나’ 그 잔치에 초대되었지만 ‘아무나’ 그 잔치의 기쁨을 누리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합당한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함에도 하느님께서 자비로이 구원의 잔치에 나를 불러주셨다면, 그 잔치에 합당한 ‘예복’을 갖춰입어야만 하는 것이지요. 종들이 길거리에서 ‘만나는 대로’ 잔치에 데려갔는데 어떻게, 어느 틈에 혼인 예복을 갖춰 입느냐고 따져묻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 유다인들은 잔치를 베풀 때 대문에다 손님들이 입을 예복을 미리 준비해 걸어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처 예복을 준비하지 못한 손님들은 그것을 입고 잔치에 들어감으로써 주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표시했다고 하지요. 그렇기에 주인이 미리 준비까지 해 둔 예복조차 갖춰입지 않고 그냥 잔치에 들어가는 것은 주인의 성의를 대놓고 무시하는 ‘모독행위’로 간주되었고, 주인은 그런 사람을 쫓아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갖춰입어야 할 혼인예복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말씀 안에 그 힌트가 있습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여 당신께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의 의지와 결단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혼인잔치가 ‘사랑의 잔치’이니 그 예복 또한 ‘사랑’과 관계 있음은 당연할겁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잔치를 마련하시고 심지어 예복까지 미리 준비해주셨으니, 우리도 그 예복을 정성스레 갖춰입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되겠지요. 그러니 사랑의 실천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즉시 실천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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