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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영근 신부님_<오늘도 우리는 숨 막히게 외치고 있는 예언자들의 소리를 듣습니다>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29 조회수41 추천수3 반대(1) 신고

 

제1독서
▥ 예레미야서의 말씀 1,17-19 

 

그 무렵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17 “너는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나, 내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말하여라.
너는 그들 앞에서 떨지 마라.
그랬다가는 내가 너를 그들 앞에서 떨게 할 것이다.
18 오늘 내가 너를 요새 성읍으로, 쇠기둥과 청동 벽으로 만들어 온 땅에 맞서게 하고, 유다의 임금들과 대신들과 사제들과 나라 백성에게 맞서게 하겠다.
19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복음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6,17-29 

 

그때에 

17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묶어 둔 일이 있었다.
그의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 때문이었는데, 헤로데가 이 여자와 혼인하였던 것이다.
18 그래서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19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0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21 그런데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22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가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임금은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 하고 말할 뿐만 아니라,
23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
24 소녀가 나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자, 그 여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 하고 일렀다.
25 소녀는 곧 서둘러 임금에게 가서,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26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27 그래서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경비병이 물러가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28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었다.
29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오늘도 우리는 숨 막히게 외치고 있는 예언자들의 소리를 듣습니다>

 

오늘은 ‘성 세례자 요한의 수난 기념일’입니다. 

 

그는 의로운 사람이었지만, 바로 그 이유로 오히려 고난을 받았습니다.

 만약 그가 의로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고난을 받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의로운 이의 무고한 고난은 예수님의 고난을 미리 보여줍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 말한 것처럼, ‘고난’은 그리스도인의 특권입니다(필리 1,29 참조).

어찌 보면 한 푼 춤 값으로 팔려버린 그의 목숨은 마치 은전 30냥에 팔리게 될 예수님의 목숨처럼, 억울하고 무참한 죽음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머리는 베었어도, 그의 소리는 벨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혀는 잠잠하게 만들었지만, 그가 외치는 진리의 소리는 가라앉힐 수가 없었습니다.

 

예언자의 소리는 가로막는다고 가로막히는 소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의인과 악인의 극한 대조를 보여줍니다.

 

한편에는 눈치와 체면에 눈이 가려진 부패하고 부도덕한 권세가인 헤로데와 음모를 꾸미며 악의에 찬 헤로디아와 허영심에 찬 그의 딸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진실하고 의로운 세례자 요한이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불경스러운 네 가지 죄악을 봅니다.

권세가의 파렴치한 생일잔치, 소녀의 음탕한 춤과 그 어머니의 악의에 찬 음모, 임금의 무모한 맹세입니다.

 

그리고 그 맹세는 결국 무고한 의인의 죽음을 불러들입니다.

그러나 올가미에 걸려 넘어진 이는 의인이 아니라 폭군이었습니다.

악인의 혀는 결국 자신이 쳐놓은 덫에 걸려 넘어지고, 의인의 혀는 영광의 관이 씌워졌습니다. 

의로운 사람의 고난을 떠올리면, 금세기의 의인으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이 떠오릅니다. 

그는 히틀러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당시의 국가 교회를 탈퇴하여,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했고, 히틀러의 암살계획에 연루되어 나치에 의해 사형 당했습니다.

 

그는 '고난에 관한 설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의인이 고난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하느님 의식을 세상 속으로 가져온 까닭이다”

그렇습니다. 

그는 '하느님 의식'을 세상 속으로 가져온 바람에 고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의 묘비명에는 그가 <옥중서간>에서 썼던 이런 말이 적여 있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하느님의 말씀을 위하여 바쳤으며, 자신의 죽음을 통해 그 말씀을 가르쳤다”

그는 참으로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것입니다. 

말씀을 가르치되, 예수님처럼 죽음을 통해 가르쳤던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도 그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월이 흐를지라도 폭군의 죄악을 고발하는 의인의 외치는 소리는 계속될 것입니다.

비록 혀가 잘려도, 온몸이 혀가 되어 외칠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숨 막히게 외치고 있는 예언자들의 소리를 듣습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이 외치는 소리는 교종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무관심의 세계화’가 우리에게 ‘남을 위해 우는 법’을 빼앗아 가버린 이 시대에, ‘남을 위해 우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진리와 정의를 위해 우는 법’을 말입니다. 

하오니, 주님! 

제 혀가 진정으로 사랑하여 울게 하소서. 
눈물 흘리는 이들의 소리를 듣고 울게 하소서!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르 6,25)

 

주님!

제 혀가 거짓을 꾸미지 않고, 진실되게 하소서.

타인을 뭉개지 않고, 자신을 뭉개어 내어주게 하소서.

제 혀가 어둠을 가르는 불혀가 되고, 진리를 밝히는 말씀의 쌍날칼이 되게 하소서!

헛된 맹세로 덫에 걸려들지 않고, 침묵에 묶어 두어도 의로움을 외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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