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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30 조회수59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마태 25,1-13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니니"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지휘자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그가 지휘자의 길을 처음부터 '엘리트코스'처럼 밟아나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원래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담당하던 연주자였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는 아주 심한 근시여서 자기 앞에 놓아둔 보면대 위의 악보조차 잘 볼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연주가 있을 때마다 항상 악보 전체를 통으로 미리 외워서 연습에 임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좋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연주회 직전에 갑자기 지휘자에게 긴급한 사정이 생겨서 지휘자 자리가 공석이 된 것입니다. 지휘자 없이 연주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대체할 사람을 섭외할 수도 없었지요. 그러다보니 관현악단 단원 중에 누군가가 지휘를 하는게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는데, 문제는 지휘를 하기 위해서는 연주할 곡의 악보를 모두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많은 단원들 중에 곡을 전부 외우고 있던 사람은 토스카니니 한 사람 뿐이었고 그가 임시 지휘자로 발탁되어 지휘봉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그의 나이 19세, 전 세계적인 명 지휘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회의 신"은 머리의 앞쪽에만 머리카락이 있고 뒤쪽은 대머리라고 하지요. 그래서 기회가 나를 찾아왔을 때 잡지 못하면, 나를 떠나버리고 난 다음에는 붙잡을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그러나 아무나 그 기회를 살리는 것은 아니지요. 평상시부터 준비되어 있던 사람만이 그 기회를 통해 삶의 긍정적 변화들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것은 "구원"이라는 기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당신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평상시에 잘 준비하고 있던 사람, 즉 평소에 어렵고 힘들더라도 하느님 뜻에 맞는 것들을 선택하고 실천에 옮긴 사람들만이 종말의 순간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열 처녀의 비유"를 통해서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주님께서 오시는 날을 잘 준비하라.'고 강조하시며 어떻게 하는 것이 종말의 순간을 잘 준비하는 것인지를 알려주십니다. 혼인잔치는 종말의 순간에 들어가게 될 "하느님 나라"이고 신랑은 예수님이십니다. 그리고 신랑을 준비하는 열 명의 처녀들은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들입니다. 열 명의 처녀는 어떤 자세로 종말을 기다리는가에 따라 '어리석은 사람들'과 '슬기로운 사람들'로 대비되어 보여집니다. '어리석은 처녀들'도 겉으로 보기에는 신랑을 기다리는데에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그들은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었으며 등불을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남들이 보기엔 열심히 신랑을 기다리는 처녀들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그녀들은 신랑을 기다렸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등불을 밝힐 수 있어야 하는데, 그녀들은 불을 밝힐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랑을 맞이하려면 등잔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손에 들고 있었을 뿐 그 등잔이 구체적으로 왜 필요한지, 그 등잔을 어떻게 밝혀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믿어야 구원받는다고 하기에 일단 세례를 받기 했는데 예수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분을 왜 따라야 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형식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사랑'이라는 기름이 없기에, 알맹이가 없기에 무의미하고 지루한 것입니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자기들이 왜 등잔을 들고 있는지 그 이유와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을 찾아오는 신랑의 처지와 마음을 생각하고 배려했기에 혹시라도 신랑이 밤 늦게 도착할 상황까지 대비해 기름을 준비해두었던 것입니다. 내 입장, 내 바람만 생각하지 않고 내 기도를 들으시는 하느님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하느님께 받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내가 어떻게 해야 내가 사랑하는 하느님께서 기뻐하실까'를 생각하며 행동하기에 그들의 신앙생활은 모든 순간이 의미있고, 기쁨이 가득합니다. 등잔이라는 것이 결국 혼인잔치를 더 기쁘게 보내기 위한 준비이듯, 지금의 신앙생활이 나중에 하느님 나라에서 더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준비임을 잘 알기에 사랑과 자선을 행할 기회를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합니다. 그 실천들이 "구원의 잔치"에 들어가기 위한 기름이자 동시에 그 잔치를 더 큰 기쁨으로 활활 타오르게 만들어줄 기름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슬기로운 처녀들을 본받아 구원의 기름, 사랑의 기름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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