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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의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루카 6, 1 - 5
작성자이기승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06 조회수67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6,5)     


우리 말 속담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 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속담의 뜻은, 팔은 안으로는 굽혀도 팔꿈치 있는 바깥쪽으로는 굽히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편들게 마련이고 정이 쏠림은 인지상정이다, 라는 뜻입니다. 이 속담의 의미처럼 자신과 관계의 거리에 의해서 안팎을 구분 짓고, 가까운 사람들만이 곧, 끼리끼리 교류하고 관계하고 살아간다면 집단이기주의나 특정 집단의 해괴한 문화로 변질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제자들을 지적하는 율법 학자들 앞에서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도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은 제자들을 보고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6,2)라고 바리사이파 사람 중 몇 사람이 지적하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야단치시기보다는 오히려 제자들을 두둔하시고 감싸시며 바리사이파들을 오히려 야단치셨습니다. 혼란스러운데, 왜 예수님은 잘못한 제자들을 나무라시거나 교정시키시기보다 두둔하신 걸까요? 아무튼 이런 계기를 통해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예수님 사이에 오래도록 걸린 안식일에 대한 논쟁이 시작됩니다. 

이 안식일 논쟁은 예수님의 공생활 내내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지속된 갈등이자 논쟁의 쟁점이었으며 급기야 죽음에까지 이를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담론입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생각하는 안식일과 예수님이 말씀하시고 가르치시고자 했던 안식일은 관점의 차이뿐만 아니라 그 실행에 있어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어서 그토록 집요하고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게 되었었죠. 이런 배경에서 성서에는 안식일 법에 얽힌 예수님과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대립이 여러 군데 묘사되어 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안식일 법을 약자들에게만 혹독하게 적용하였고 그 결과 사람을 살리는 법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법으로 안식일 법을 악용하였습니다. 그에 비해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 법의 본래 의도를 회복해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살리는 법으로 해석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차단된 관계를 허물고 소통하시기 위해서 그 장벽을 치우려 했던 것입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2,27)라는 말씀에서 예수님의 안식일 법에 대한 의도와 의지가 잘 드러나 있고, 상대적으로 이 말씀은 그 시대 종교 지도자들을 향한 도전이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씀이었지만도. 결국 예수님의 의도는 안식일 법을 포함한 어떤 법도 인생의 목적과 같이 절대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곧 안식일 법을 포함한 율법이 아니라,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중요하기에, 함께 계시는 하느님께 나아갈 수 없게 만드는 안식일 법을 포함한 율법에다 구멍을 뚫고 벽을 허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점이 바로 예수님의 본질적인 사명이 아닐까, 라고 저는 믿습니다. 

편안하게 숨을 쉬는 날인 안식일을 회복하기 위해선, “이 마음은 고스란히 가라앉아 어미 품에 안겨 있는 어린아이인 듯 내 영혼은 젖 떨어진 아기와 같나이다.”(시130,2)라는 시편이 제시한 그림처럼, 하느님의 따뜻한 품에 안기어 쉬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편안하게 숨을 쉬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전부를 내어 맡길 수 있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하느님의 품으로 나가야 하고, 그 품에 안겨서 자신이 했던 것을 즐기고 만끽하며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곧 안식일이라 봅니다. 주일 미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죄가 된다는 소극적인 차원 보다 하느님의 품에 편안하게 숨을 쉬고 머물며, 하느님의 마음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인생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며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일깨워 주는 거룩한 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안식일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 주일을 귀하게 여기고 지켜나갑시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6,5),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 (시46,11)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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