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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08:07 조회수5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24주간 월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 루카 7,1-10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오늘 복음을 보면 한 백인대장이 죽을 병에 걸린 자기 종을 치유하기 위해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서로 다르게 느껴지지요. 먼저 초반부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백인대장이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유다인의 원로들을 그분께 보내어, 와서 자기 노예를 살려 주십사고 청하였다.” 이 설명만 보면 백인대장이 로마 점령군의 간부라는 자기 지위를 이용, 유다인의 원로들까지 동원해가며 예수님께 원하는 걸 청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그런데 복음의 후반부를 보면 그 백인대장이 자기 집 근처에 거의 도착한 예수님께 자기 친구들을 보내어 이런 메시지를 전합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너무나 겸손하고 배려심 많으며 사려깊은 모습입니다.

 

왜 같은 사람이 그처럼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걸까요? 그가 마음에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이상한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그건 아닐겁니다. 아마도 유다 원로들의 ‘오지랖’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백인대장이 병에 걸린 자기 종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가 평소에 자기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예배를 할 수 있도록 회당까지 지어주었던 호의에 보답하고자 그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들이 알아서 나서서 예수님께 달려갔던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야 그 소식을 들은 그 백인대장이 부랴부랴 자기 친구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자기 집에 직접 오실 필요 없다고 만류한 것일 테구요. 그렇다면 백인대장은 왜 굳이 자기 집 근처까지 오신 예수님을 직접 만나러 나오지 않고 친구들을 보내 메시지를 전한 것일까요? 그가 평소 유다인들과 친밀하게 지낸 덕에 그들의 율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다인인 예수님이 이방인인 자신과 직접 접촉하면 율법적으로 부정해져 정결예식을 거쳐야 함을 알았기에, 예수님께 그런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자기 종에게 ‘병에서 나으라’는 말씀만 해 달라고, 자신은 자기 종이 예수님의 그 말씀 만으로도 병에서 치유되리라 믿는다고 자기 믿음을 고백하지요.

 

예수님은 그의 깊은 믿음을 칭찬하십니다. 예수님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자기 곁에 없어도 믿는 믿음의 ‘수준’만 칭찬하신 게 아닙니다. 종을 진정으로 아끼고 위해주는 ‘사랑의 믿음’, 예수님을 이용하여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제멋대로 덤벼드는 유다인들과 달리 예수님의 입장과 상황을 먼저 헤아리고 챙기는 ‘배려의 믿음’, 자기가 시키면 그대로 따르는 부하들을 둔 점령군 간부이면서도 피지배자인 유다인들을 무시하거나 강압하지 않고 존중하며 호의를 베푸는 ‘자비의 믿음’에 이르기까지... 그저 깊기만 한 게 아니라 넓기까지한 그의 믿음에, 머리 속에 간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하는 살아있는 믿음에 감탄하시며 그가 믿는대로 이루어주십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우리가 영성체 하기 직전에 바치는 백인대장의 기도입니다. 부족함과 약함 때문에 너무 많은 죄를 지어 감히 주님의 몸을 내 안에 모실 자격이 없는 우리들이지만, 주님을 굳게 믿고 의탁하며 그분의 자비를 청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로 고백한 그 믿음을 정작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지요? 스스로가 영적으로 어제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주님께서 나를 위해 베풀어주신 자비가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요? 그런 노력 없이 그저 입으로만 떠들고 있다면, 심판의 순간 ‘칭찬’이 아니라 ‘꾸중’을 듣게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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