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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0-11 조회수130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루카 11,15-26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성경에서 마귀라는 말은 ‘중상자’, ‘고자질쟁이’ 등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귀는 감히 하느님께 대적하는 악한 세력입니다. 그들은 겁 없이 하느님을 사칭하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반대하며, 악인의 마음을 조종하기도 합니다. 또한 하느님 뜻에 충실하게 사는 선한 이들을 모함하거나 유혹하여 올바른 길에서 돌아서게 만들기도 하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들 세력 중 하나인 벙어리 마귀를 쫓아내시어 그가 감사와 기쁨에 겨워 하느님을 찬미하게 하십니다. 그런데 그 일에 대한 반응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께서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모함하고, 어떤 이들은 그런 예수님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가 맞는지 못믿겠다며 정말 그리스도가 맞다면 자기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늘에서 내려오는 분명한 표징을 보이라고 요구하기도 했지요. 이런 모함과 불신, 고집과 교만 같은 모습들이 바로 마귀들이 지닌 특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악한 것들 안에서도 선을 이끌어 내시지만, 마귀는 선한 것에 악한 영향을 미쳐 망가뜨리는 겁니다.

 

스스로가 마귀에 붙들려 있으면서도 적반하장으로 예수님을 마귀들렸다고 모함하는 그들에게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즉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능으로 마귀들을 쫓아내셨습니다. 그리고 그 권능은 아버지께서 맡기신 소명에 온전히 순명하심으로써 자연스레 예수님 안에 스며들었지요. 당신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그분의 힘으로 일하셨으니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시는 그 자리가 바로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악에서 구하시려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졌으니,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에게 와 있다’고 당당하게 선포하실 수 있는 겁니다.

 

한편 우리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예수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들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이들은 이미 하느님의 현존 안에 있습니다. 그동안 몹쓸 마귀에 사로잡혀 살아도 사는게 아니었던 형제가 그로부터 자유로워져 삶의 참된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은 그 사실 자체로 이 세상이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눈으로 그 증거를 알아보고 ‘자비로운 아버지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의 권고처럼 형제가 하느님 품으로 돌아온 것을 하느님과 함께 진정으로 즐기고 기뻐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하느님 사랑의 섭리 안에 사는 것이니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 안에 와 있다’는 예수님 말씀이 남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우리에게 ‘복음’이 되는 것이지요.

 

마귀는 언제든 우리 마음 안에 들어와 우리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고 약한 존재이기에 그 부분을 붙들고 늘어지는 마귀의 간계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절대로 자기 마음의 집을 비워두어서는 안됩니다. 많은 이들이 죄를 안짓는 일에, 내 마음에서 죄와 악을 비워 깨끗하게 정돈하는 것에 신경을 쓰지만, 우리가 정말로 신경써야 할 일은 내 마음 안에 주님을 모시고 그분 뜻을 따르는 일입니다. 성찰과 고해를 통해 마음을 깨끗하게 정돈해도,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통해 내 안에 하느님과 그분 뜻을 품고 있지 않으면 내 영혼이 또 다시 마귀의 손아귀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당에 다니지 않아도 착하게 살면 구원받는거 아니냐’는 생각은 마귀가 우리 마음 안에 불러일으키는 나태함과 안일함의 유혹입니다. 자기 마음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그분 뜻을 철저히 따라야만 구원받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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