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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_기회가 좋던지 나쁘던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교합시다!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03:51 조회수19 추천수1 반대(0) 신고

오늘 전교 주일입니다. 면소재지에서도 한참 들어오는 이 한적한 어촌에 살면서 어떻게 이웃 전교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봅니다. 초고령화된 지역에다, 사람들 만나기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그러던 중 그것도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따지고 보니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택배 배달을 위해 오시는 분들, 솔향기길 걷다가 피정 센터를 지나가는 분들, 공사하러 오시는 분들, 버스 운전 기사님들 등등,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를 찾아오는 분들, 스쳐 지나가듯이 만나는 분들이 다 소중한 전교의 대상입니다.

 

한번은 저희 피정센터로 중고물품을 가득 싣고 오신 운전 기사님을 만났습니다. 멀리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간식이며, 커피며, 생수를 챙겨드렸습니다. 그런데도 뭔가 아쉬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즉시 낌새를 알아차렸습니다. 제 시간에 도착하시려고 점심도 제대로 드시지 못한 것입니다. 저는 라면이라도 끓여들일까요? 하고 여쭈었습니다. 그랬더니 즉시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라면 두봉지에 계란 두 개, 파 송송 썰어넣어 푸짐하게 한 그릇 차려드렸습니다. 마침 찬밥까지 남아있길래 챙겨드렸더니, 배가 고프셨던지 싹 비우셨습니다.

 

그런 제 모습에 살짝 감동 받으셨던 기사님은 이것 저것 천주교에 대해서 묻기도 하시더니 마침내, 당신도 나이가 들면서 종교를 하나 갖고 싶은데, 천주교가 좋겠다고 그러셨습니다.

 

너무나 반가웠던 저는 즉시 사시는 것 주소를 물어보고 가까운 본당 사무실 연락처를 알려드렸습니다. 조만간 사무실 찾아가겠노라고 하시며, 혹시 다음에 또 근처 배달 오면 라면 또 끓여줄 수 있냐고? 좋다고 언제든 오시라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일상 안에서 행해지는 우리의 작은 몸짓 하나 하나, 사소한 언행 하나 하나가 얼마나 중요하고 큰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깨달음입니다.

 

전교 주일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 전교는 삶을 통한 전교인 듯 합니다. 삶이 조금도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악한 표양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으면서, 천주교 믿으세요, 성당 나오세요,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을 것입니다.

 

3년간의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한계, 무기력을 진하게 체험하며,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시기는 어찌보면 전교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교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첫 번째 과제이자 가장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또한 어떤 성인의 표현대로 전교는 우리가 지은 죄를 기워 갚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보속입니다. 기회가 좋으나 나쁘나,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전교를 생활화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 각자 존재 자체로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의 눈빛만 봐도 사람들이 예수님의 빛을 감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존재 그 자체로, 우리 매일의 삶을 통한 복음화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전교 주일을 맞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친구들이 나를 만나면 편안해하고 행복해합니까? 나를 보면 어떻게 해서든 함께 있고 싶어 붙잡고 늘어집니까?

 

전교 주일을 맞아 우리들의 삶에서도 아름다운 예수님의 향기가 풍겨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예수님의 흔적과 자취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굳이 성당 가자, 세례 받아라, 하지 않아도 그들이 자발적으로 우리를 따라 하느님께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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