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눈물겨운 이별도 견뎌 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구름처럼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외롭지 않네
-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