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 |||
---|---|---|---|---|
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1-27 | 조회수55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루카 21,12-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어떤 자매님이 있었습니다. 그 자매님과 같은 단체에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보는 것이 너무나 불편하고 싫었지만, 같은 단체에 있다보니 정기적으로 얼굴을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얼마나 얄미워 보였는지 모릅니다. 그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박혀서 마음을 아프게 찔렀습니다. 그 사람을 보기만 해도 속이 상해서 가급적이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더 자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생긴 마음의 병 때문인지 건강도 점점 나빠졌습니다. 누가 심장을 움켜쥐고 흔드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곤 했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그 자매님은 마음 속으로 큰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정말 큰일나겠다’는 생각에 본당 신부님을 찾아가 고해성사를 했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이제 그만 그 사람을 마음에서 내려놓고 싶은데, 이젠 그 사람을 용서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그러자 본당신부님은 그 자매님에게 매일 따로 시간을 내어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는 보속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자매님은 그 사람만을 위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위기도 참 많았습니다. 그 사람이 밉살스러운 행동으로 마음을 휘저어 놓을 때면, ‘저런 사람이 내가 기도한다고 뭐가 달라지나’하는 생각에 당장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꾹 참고 그 사람을 위한 기도를 계속했고 얼마 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 사람은 특별히 변한 것이 없었지만 그 사람을 바라보는 자매님의 마음이 변한 것입니다. 그렇게 미워보이던 사람이 언제부턴가 그렇게 측은해보이고,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그전에는 자신의 마음에 그토록 커다란 상처를 남기던 말과 행동이 이제는 불쌍해보이고, 그저 그 사람을 한 번 꼭 끌어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전에는 자기가 나서서 그 사람 험담을 하고 다녔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을 그러지 말라고 말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그 자매님의 마음에 일어난 작은 기적은 그 자매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지금 그 자매님은 그전과는 다른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인내심 어린 기도로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이 겪어내야 할 고난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예수님을 믿는다고 해서 내 앞에 놓인 고통이나 시련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인내를 가지고 기도하며 끊임없이 예수님의 도우심을 청하면, 그분은 내 앞에 닥친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힘을 주십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