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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1-29 조회수64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루카 21,29-33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주간 내내 종말에 관한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그 말씀들에 담긴 공통적 메시지는 죽음이 나라는 존재 자체의 끝이 아니듯, 종말이 곧 파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죽음 이후에 그리고 종말 이후에 하느님과 더 깊은 일치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종말에 관한 담화를 마무리하시면서, 종말의 순간 일어나게 될 각종 천재지변과 재난들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벌 주시거나 멸망시키시려고 일으키시는 ‘재앙’이 아니라 당신 나라가 즉 구원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는 ‘표징’이며, 그것을 구원의 표징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주님께 대한 믿음, 특히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하신 구원의 ‘약속’이, 사랑과 자비의 ‘복음’이 세상의 멸망과 함께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남아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는 굳건한 믿음을 지녀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그런 점을 설명하시기 위해 드시는 것이 ‘여름에 무성해지는 나뭇잎의 비유’입니다. 무화과나무를 비롯해 모든 나무들은 여름이 되면 그 생명력과 성장이 정점에 이르러 가지를 크게 뻗고 잎이 무성해지지요. 그러니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나무가지에 무성하게 달린 잎을 보는 것만으로 여름이 왔음을 알 수 있는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종말의 순간이 되면 그 수명을 다한 이 세상에 각종 재해와 재난이 일어나며 무너져 내리게 되는데,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이 세상에 재해와 재난이 일어나는 것만으로 하느님께서 당신 뜻을 충실하게 따른 이들을 부활시키시어 참된 행복의 나라로 데려가시는 종말과 구원이 곧 이루어질 것을 알게 될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간직하라는 겁니다. 나무에 매달린 번데기 고치를 보고 애벌레의 죽음을 슬퍼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나비라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날 것을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그런 점을 머리로 어떻게든 이해해본다고 해도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여름이 되면 나무에 잎사귀가 무성하게 달리는 것이나,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는 건 수없이 반복된 일상의 경험들을 통해 자연스레 체득된 것들이고, 종말의 순간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가 살면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무에 잎이 달리거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것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특히 고통과 시련 같이 나를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남의 일’이지만, 내가 세상에 일어나는 재해와 재난에 휩쓸려 상처 입거나 생명을 잃는 건 나라는 존재 자체와 깊이 연관된 일이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넘기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라도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이 더더욱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종말을 일으키시는 것은 우리를 겁주거나 파멸시키시기 위함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구원하시기 위함임을 믿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부활에 대한 희망으로, 하느님 사랑과 권능에 대한 믿음으로 기꺼이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이신 것처럼 말이지요. 고통이 고통 자체로 끝난다면 허무한 재앙이지만, 참된 영광과 기쁨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면 내 삶에 의미가 되듯이, 종말의 순간 일어나는 재해와 재난이 그저 멸망으로 끝난다면 깊은 절망이지만 하느님 나라에서 누리는 참된 행복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된다면 내 믿음에 의미와 희망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주님 말씀을 마음에 담고 행동으로 실천하여 내 삶 속에서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종말을 멸망이 아닌 구원으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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