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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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12-02 | 조회수183 | 추천수6 | 반대(0) |
도종환은 ‘접시꽃 당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인입니다. 저는 본당에 있을 때 도종환 시인을 초청해서 ‘대림 특강’을 부탁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담쟁이, 접시꽃 당신, 흔들리며 피는 꽃’과 같이 그의 시를 통해서 신앙을 전하였습니다. 담쟁이는 느리지만 꾸준히 자라며,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목표를 이뤄냅니다. 이는 우리의 삶에서도 큰 시련과 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는 끈기와 희망을 상징합니다. 접시꽃 당신은 암 투병 중인 아내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시집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며 도종환 시인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은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피어나는 인간의 의지를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복권이 당첨되는 기쁨처럼 드러나는 신앙은 참된 신앙이 아닙니다. 세상의 구원과 상관없는 개인의 구원만을 드러내는 신앙은 참된 신앙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은 복권이 당첨되는 것도 아니었고, 개인의 구원을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은 칼로 가슴을 찔리듯 한 아픔을 감수하는 사랑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은 십자가를 통해서 인류를 구원하는 사랑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아름다운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그날이 오면 사막에 샘이 넘쳐흐를 것이라고 합니다. 그날이 오면 어린아이가 사자와 늑대를 몰고 다닐 거라고 합니다. 그날이 오면 나병환자가 깨끗해지고, 중풍 병자가 걷고, 눈먼 이는 눈을 뜨고, 듣지 못하는 이는 듣게 될 거라고 합니다. 그날이 오면 고통도, 눈물도, 슬픔도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선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날은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시간과 공간과 상관없는 새로운 세상이 아닙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피는 접시꽃이 없듯이, 타는 듯한 목마름을 견디지 않고 담을 올라가는 담쟁이가 없듯이 그날은 정의와 평화를 위한 갈망이 있어야 합니다. 그날은 주님의 영,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그날은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날은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사랑 속에서 다가온다고 하셨습니다. 그날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희생 속에서 다가온다고 하셨습니다. 그날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오셨다는 겸손 속에서 다가온다고 하셨습니다. ‘안빈낙도(安貧樂道)’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 중에서 안회는 가난하였지만 언제나 깨달음의 경지에 있었다고 합니다. 공자는 그런 안회를 두고서 ‘가난하지만, 도를 즐길 줄 안다.’라고 칭찬하였습니다. 재물이 많아도,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능력이 출중하여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욕심 때문에 더 많이 채우려고 합니다. 사람들 속에서 ‘안빈낙도, 하느님의 나라, 희망의 나라’를 찾은 시인이 있습니다. 오늘은 박노해 시인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있다. 사랑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돌아보면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모습으로 제게 힘을 주시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길을 찾는 지혜를 주셨고, 기다릴 수 있는 인내를 주셨습니다. 외로울 때면 친구가 되어 주셨고, 기쁨을 함께 나눌 이웃을 주셨습니다. 생각하니 정말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저에게 희망이 되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은 그 길이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들이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합니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여러분이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여러분이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 우주에서 지구는 먼지보다 작습니다. 먼지보다 작은 지구에서 사람은 또 먼지보다 작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 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암탉이 병아리들을 모으려고 하듯이 나도 이 사람들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 되게 해 주소서.’ 이사야 예언자도 바로 그 사람 속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되신 예수님이 바로 구원자시고, 영원한 생명이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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