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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1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02 조회수62 추천수5 반대(0) 신고

[대림 제1주간 월요일] 마태 8,5-11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로마군대의 장교인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자기 종의 병을 좀 고쳐달라고 도움을 청합니다. 그는 세상에서 상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기 휘하에 있는 백 명의 병사들더러 ‘가라 하면 가고 오라 하면 올’ 정도입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자기가 부리는 노예들에게 ‘이것을 하라’고 시키면 될 정도입니다. 자기는 그처럼 큰 권력을 지닌 지배국의 장교이고 예수님은 피지배국의 평범한 백성일 뿐이니, 원하는 게 있으면 힘을 이용하여 이것좀 하라고 요구하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부하에게 시키지 않고 예수님을 직접 찾아갑니다. 강압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자기 종이 처한 딱한 사정을 설명하며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자기 종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끼는 마음을 담아 예수님의 자비에 호소하는 겁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지위가 높은 이가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갑’과 ‘을’이 뒤바뀐 모습이지요. 

 

그런데 그런 그의 겸손하고 진실된 모습이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만일 그가 자신의 지위에서 비롯된 힘으로 예수님을 제멋대로 휘두르려고 들었다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가 휘두르는 그 힘이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그에게 물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힘에 굴복하지 않으시고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만 순명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백인대장은 사랑과 겸손에서 우러나온 진심으로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예수님은 그의 종이 아프다는 사실을 들으시고는 그가 청하기도 전에 먼저 “내가 가서 그를 고쳐주마”하고 나서시는 적극성을 보이시지요. 그런 모습에서 우리는 주님께 기도할 때 어떤 자세로 청하는 것이 참으로 지혜로운 길인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 기도중에 청함에 있어서 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어떻게 청하는가 하는 방법적인 측면이 아니라, 내가 주님께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가입니다. 첫째, 그가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처럼 주님의 ‘정의’를 믿었다면 그분을 ‘무서운 심판자’로 여겨 두려워하며 피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를 지은 아담과 하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둘째, 그가 세상 사람들처럼 주님의 ‘능력’을 믿었다면 그 능력을 이용하여 자기 욕망을 채우려고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금새 실망하여 자기 뜻을 이룰 다른 수단을 찾으려고 했겠지요. 셋째, 그는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었기에 그분께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고 그분의 처분을 기다렸지요. 또한 자기 입장만 내세우지 않고 주님의 입장을 생각하며 그분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님의 사랑을 믿는만큼 그분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에서 우러난 참된 믿음으로 주님을 자기 집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모셨기에 그가 주님께 받은 은총이 자기 종의 병이 낫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그와 그 가족들이 구원받을 길을 활짝 열어줄 정도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우리도 주님을 내 욕심으로 만든 집이 아니라, 마음 안에 모셔야겠습니다. 내 뜻을 이루려고 하지 말고 먼저 주님 뜻을 헤아리며 따라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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