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림 제1주간 화요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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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2-03 | 조회수53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대림 제1주간 화요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 루카 10,21-24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봐야 할 것도 많고 들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오죽하면 ‘정보의 홍수’ 속에 산다고 말할 정도이지요. 그래서 그럴까요? 우리는 세상의 볼거리와 들을 거리는 분주하게 챙기면서도 정작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께서 보여주시는 표징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는 인색합니다. 주(酒)님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술집을 찾고 사람들과 어울려 유흥을 즐기는 것은 좋아하지만, 주(主)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는 성전을 찾아 기도하고 미사 드리는 시간은 아깝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는 주님에 대해 알고 싶은, 그분과 참된 일치를 이루고 싶은 영적 갈망을 지니고 있지요. 참으로 모순적인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그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마음의 문을 열고 주님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귀를 쫑긋 세워 그분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눈이 좋아도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귀가 밝아도 들어야 할 것을 듣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언급하시는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 해당하겠지요. 그들이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와 깊은 사랑의 신비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자기가 하느님에 대해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착각이 교만이 되고 고집이 되어 나중에는 하느님의 참모습에 대해, 그분께서 마음에 지니고 계신 참뜻에 대해 알려주어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겁니다. 자기가 단편적으로 아는 하느님의 모습이 그분의 ‘전부’라고 오해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어른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라고 무시하는 어린 아이들은 그러지 않습니다. 그들은 편견이나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하게, 하느님을 자기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자신이 하느님에 대해 아는 것이 그분의 ‘전부’가 아님을 솔직히 인정하며, 자기 앎이 지닌 부족함과 불완전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들이 하느님과 그분 뜻에 대해 증언하는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듣고 적극적으로 수용합니다. 그렇게 하느님과 그분 뜻에 대해 누구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여 그분 섭리와 신비를 알아보게 되지요.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뽑으신 제자들이 바로 그런 ‘철부지’들입니다. 여러가지로 부족하고 불완전하지만 주님께 대한 믿음 하나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랐던 ‘대책 없음’ 덕분에, 세상 사람들로부터 ‘바보’라고 손가락질 받은 ‘어리숙함’ 덕분에, 삶에서 참으로 중요하고 귀한 것들을 알아보고, 구원 받기 위해 꼭 필요한 주님 말씀을 알아듣게 되었으니 그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주님께서 그렇다고 하시면 진짜 그런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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