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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_우리는 동료 인간들의 추위와 굶주림, 결핍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04 조회수64 추천수6 반대(0) 신고

피정집을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가장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것은 피정 오신 분들이 내집처럼 편안하게 느끼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영성 강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합니다. 성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놓을 수 있도록 고백성사도 편안하게 보실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중요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정성이 듬뿍 담긴 맛갈진 음식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좋은 프로그램에 앞서 잘 드셔야, 그뒤로 모든 것이 술술 풀리며 불만이 줄어듭니다.

 

아마 예수님께서도 같은 생각이셨을 것입니다. 며칠 동안 당신을 따라다니며 말씀을 듣는 군중이, 먹을 것이 다 떨어져 굶기 시작하자, 선포하시는 말씀도 잘 안먹히는 분위기를 파악하셨을 것입니다. 마침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명령하십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마태 15,32)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을 향한 예수님의 측은지심과 연민의 마음이 크게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말씀하시는 투가 마치 우리들의 어머니와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들, 어떻습니까? 어떻게 해서든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어 안달입니다. 정말이지 귀찮고 짜증이 날 정도로. 예수님의 마음도 우리들의 어머니 같으시니, 참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훈훈해집니다.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묵상하면서, 한 가지 든 생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만 그럴듯하게 하신 분이 아니었습니다. 구름 위에 떠 계시기만 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장밋빛 이상만 제시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의 육체적인 질병을 구체적인 치유 활동을 통해서 참으로 고쳐주셨습니다. 당신 자녀들의 육체적인 굶주림을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진실로 채워주셨습니다.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신 기적사화를 영적으로, 상징으로만 해석해서는 절대 안될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인간의 육체적인 필요성을 눈여겨 보십니다. 우리 인간이 느끼는 고통을 당신도 느끼고 계십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간절히 바라고 계시는 바 한 가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입니다. 건강을 잘 유지하고, 굶주리지 않고, 고통받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동료 인간들의 추위와 굶주림, 결핍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들이 영적으로는 물론 육적으로, 결국 전인적(全人的)으로 구원되도록 돕고, 그를 통해 천상 잔치에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동반해야 할 것입니다.

 

광야에서 일어난 빵을 많게 하신 이 기적은 모세가 광야에서 기적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먹인 만나 사건을 연상케 합니다. 여자들과 어린이들을 포함해서 4천 명의 장정들을 배불리 먹고도 남은 조각들이 일곱 바구니에 흘러넘쳤습니다.

 

일곱이라는 숫자는 풍요로움, 즉 하늘나라의 풍요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예수님의 기적이 완전무결한 기적이었음을 의미합니다. 빵을 많게 한 기적, 모든 군중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은 이 기적을 통해 우리는, 하늘나라의 풍요로움과 천상의 메시아 잔치를 미리 맛볼 수 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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