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림 제1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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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2-04 | 조회수50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대림 제1주간 수요일] 마태 15,29-37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로 가셨다. 그리고 산에 오르시어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 곁에서 많은 군중들이 함께 다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로 가셨다. 그리고 산에 오르시어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혼자서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시려면 자리잡고 앉을 장소가 한정적이고 시야가 제한되는 산보다는 호숫가가 더 적당할 것입니다. 실제로 예수님은 갈릴래아 호숫가에 사람들을 앉게 하시고, 베드로의 배를 빌려 타고 호수 쪽으로 좀 저어 나가신 다음 그들을 가르치시기도 했지요. 그런데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이 갈릴래아 호숫가에 도착하신 다음 거기 머무르지 않으시고 굳이 산으로 오르셨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그러신 이유와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많은 군중들이 낑낑대며 주님을 따라 그 산을 올라 치유를 좀 해주십사고 청하며 그분 곁에 여러 병자들을 데려다 놓았다는 사실에서 그 궁금증은 더 커지지요. 당신을 따르는 군중들이 배고플까봐 끼니까지 챙기시는 분께서, 병자들이 당신께 좀 더 수월하게 다가가도록 그냥 평지에 머무르실 수는 없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서에서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실 그날 벌어질 기쁨의 잔치에 대해 예언하면서 이렇게 말하지요. “그날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푸시리라. 그분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겨레들에게 씌워진 너울과 덮개를 없애시리라.” 만군의 주님께서 기쁨의 잔치를 ‘산 위’에 마련하시는 이유는 산이 당신께서 머무르시는 거룩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지존하신 분께서 당신 백성을 만나기 위해 친히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셨으니, 그분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백성이라면 최소한 그분께서 머무르시는 산에 오르는 정도의 수고는 감수하라는 겁니다. 그것이 기쁨의 잔치에 초대해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땅히 드려야 할 ‘정성’이라는 것이지요.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이라는 보물은 시련과 고통이라는 과정을 충분히 거칠수록 그 빛을 더하는 법입니다. 그런 과정이 없으면 자기가 받은 게 은총인 줄도 모르고 허투루 흘려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배고프지 않으면 입맛이 없고, 입맛이 없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또한 매일 매일이 잔치라면 거기에 참여하고 싶은 갈망이 생기지 않고, 아무리 상다리 휘어지게 준비해도 굳이 잔칫집까지 가는 수고를 하려고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군중들로 하여금 산에 오르게 하십니다. 거동이 불편한 병자들을 배려하지 않으셔서가 아닙니다. 건강한 이들로하여금 이웃과 형제를 아끼는 마음으로 그들을 당신 곁에 데려오는 수고를 하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병자들로 하여금 하느님 나라에서 열리는 기쁨의 잔치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것임을 그것이 아버지의 뜻임을 깨닫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또한 선의에서 우러나는 자발적인 의지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야만, 이웃에 나에게 베풀어주는 호의와 자비에 감사하며 기뻐할 줄 알아야만, 이제부터 당신이 일으키실 빵의 기적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적은 예수님께서 일으키셨지만, 그 마중물이 된 봉헌에는 제자들도 참여했습니다. 또한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건 그 기쁨의 잔치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기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그 나눔의 과정에 동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이 예수님께서 빵의 기적을 통해 우리에게 주고자 하신 메시지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것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들입니다. 재물이든 건강이든 재능이든 시간이든 다 마찬가지지요. 하느님께서 그 선물들을 주신 것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와 함께 나누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나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바라지 말고,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일에 참여하여 기적에 봉사하는 사람, 기적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이웃의 슬픔과 아픔을 내 일처럼 공감하며 함께 하려는 이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삶은 놀라운 기적들로, 기쁨 충만한 잔치들로 가득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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