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림 제1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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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12-05 | 조회수64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대림 제1주간 목요일] 마태 7,21.24-27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알고 배움에 있어서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실천 없이, 배운 것을 실제로 적용해봄으로써 단단하게 다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꾸 더 많은 지식을 내 머리 속에 집어넣으려고만 하지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서 머리로 알게 된 것은 실제로 해봐야 ‘진짜 내 것’이 되는데 그 과정을 생략하기에, 행함을 통해 제대로 알고 나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안다’고 착각한 상태에서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만 하기에, 앞을 향하고는 있지만 정작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는 겁니다. 나라는 존재를 지탱할 단단한 반석이 없기에 내가 발을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마치 늪에서처럼 푹푹 꺼져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마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과 기도 중에 대화할 때나, 성경 공부를 통해 그분 말씀에 대해 배우고 난 뒤에, 그것이 나의 구체적인 행동과 삶을 실제로 변화시키는지 아니면 그저 머리 속에서만 맴돌며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자기의 부족한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게 만드는지를 잘 살펴야 합니다. 하느님과 그분 뜻에 대해 아는 지식은 그것으로 인해 나의 삶이 변화될 때에야 비로소 나를 참된 길로 이끄는 진정한 지식, 즉 ‘지혜’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기 행동과 삶이 변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쁨과 보람을 느껴야 더더욱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신앙생활에 정진하고 싶다는 의지와 힘이 생기지요.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건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깨달았다면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서 기쁨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서 기도하는 시간만, 성경 공부하는 양만 늘려가면 그건 나의 거룩함을 과시하는 위선이 되고 타인의 부족함을 단죄하는 교만이 됩니다. 그리고 그런 건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뜻’이 아닙니다. 한편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지 않는 것은 내 뜻과 바람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천국과 지옥 중에 어디로 가고 싶냐’고 누가 물으면 당연히 천국에 가고 싶다고 답하지만, 그 천국에 지금 당장 가야한다고 하면 망설여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가기 싫은 건 아니지만, 내가 이 세상에 만들어 놓은 ‘내 왕국’을 포기하면서까지 가고 싶지는 않은 것이지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왕국이 있습니다. 내가 주인인 나라,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나 좋을대로 하는 그 상태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는 겁니다. 입으로는 하느님을 주님이라고 부르지만 그분 나라에서 종처럼 살기보다 내 나라에서 왕처럼 살고 싶습니다. 입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라고 부르지만, 그분 뜻을 따르며 살기보다 내 뜻을 이루며 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 상태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 그분 백성으로써 제대로 살 수가 없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런 우리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하십니다. 입으로만 ‘주님 주님’ 거리지 말고 하느님을 내 삶의 참된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섬기라고, 말로만 ‘아멘 아멘’ 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내 삶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라고, 그러기 위해 내가 이 세상에 세워놓은 왕국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라고 하십니다. 내 왕국이 아무리 크고 대단해 보여도, 내 욕심과 집착으로 억지로 쌓아올린 왕국은 고통과 시련이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리면 금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약하디 약한 ‘모래성’일 뿐입니다. 그런 건 백 채 천 채를 갖고 있어도 다 부질없지요. 그러니 그 어떤 모진 파도와 거센 바람에도 끄떡없는 단단한 벽돌집을 내 마음 안에 지어야겠습니다. 그 집은 주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순명을 통해서만 지을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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