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암부로시오 주교학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4-12-06 조회수126 추천수5 반대(0)

엘파소에 갔다가 ‘Carlsbad(칼즈배드)’엘 다녀왔습니다. 칼즈배드는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동굴입니다. 1시간 정도 내려가면 넓고 큰 동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밝은 곳에 있다가 동굴 입구로 들어가면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발아래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10분 정도 내려가면서 점차 눈이 익숙해졌고, 편하게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동굴에서는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나게 됩니다. 오랜 시간 쌓이고 쌓인 석순과 종유석은 빛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어떤 모습은 마치 성모님 같았습니다. 어떤 모습은 마치 사자의 입 같았습니다. 어떤 모습은 마치 고래 같았습니다. 어떤 모습은 마치 장군 같았습니다. 먼 길임에도 기꺼이 운전하고, 간식도 챙겨주고, 설명까지 해 준 후배 신부님이 있어서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오고 가며 왕복 5시간 동안 우리는 교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후배 신부님도 청소년국에 있었고, 저도 청소년국에 있었습니다. 교구장님께서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세계 청년대회 이야기도 나누었고, 청소년 사목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내년쯤에 서로 1주일씩 바꾸어서 지내자고도 하였습니다.

 

종유석이 자라는 데는 몇만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2000년이 지났습니다.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은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후배 신부님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명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왔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교우들은 신부님의 그런 모습을 저에게 하나하나 알려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과부의 정성 어린 헌금을 칭찬하셨습니다. 세리의 겸손한 기도를 칭찬하셨습니다. 주일에 30명 미사참례 하는 작은 공동체이지만 주님께서는 신부님과 공동체의 모습을 칭찬하시리라 믿습니다.

 

한 자매님은 풍성한 열매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쉬는 교우 댁을 방문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형제님은 나 이제 성당에 나가지 않으니, 앞으로 오지 마세요.’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시어머니는 내가 개신교회에 나가니 우리 아들과 며느리는 앞으로 성당에 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오지 마세요.’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방문하기 전에 주님께 기도를 드리고, 주보를 전해 드릴 때 주보에 전화번호와 좋은 글을 써서 함께 넣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화를 내던 형제님도 많이 누그러지셨고, 개신교회에 다니던 할머니도 웃어주었다고 합니다. 기도와 전교로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는 그 자매님의 말씀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은 크고 화려한 성당만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사제와 주교, 수도자들만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따뜻한 미소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는 신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지치고 힘든 이웃에게 작지만, 가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는 신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쌀쌀맞게 대하는 쉬는 교우들에게 주보를 전해주고, 다시 한번 찾아가는 신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일상의 삶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원망할 일이 있어도, 화나는 일이 있어도 주님 때문에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으로 감싸주는 신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오늘 영성체송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은 제때 열매를 맺으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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